[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오트니엘(판관기 3,7-11) 이번 순례지는 판관 오트니엘이 머무는 곳입니다. 판관기의 저자는 오트니엘이 살았던 곳의 지명을 알려주지 않지만 여호 15,15-17에 의하면 칼렙의 아우인 크나즈의 아들 오트니엘은 유다 남부에 있는 드비르라는 곳에 정착하였습니다. 판관 오트니엘을 만나러 가기 전에 먼저 판관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판관기에 소개되는 판관들은 대판관과 소판관으로 분류됩니다. 이 분류의 기준은 판관을 소개하는 이야기의 분량입니다. 따라서 대판관이 소판관보다 더 훌륭하거나 위대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판관으로 분류되는 여섯 판관은 오트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타, 삼손이고, 소판관으로 분류되는 여섯 판관은 삼가르, 톨라, 야이르, 입찬, 엘론, 압돈입니다. 우리는 이 가운데 대판관들의 이야기만 살펴볼 것입니다. 판관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 역시 이 책에서 제법 길게 소개되지만 그는 하느님께서 뽑아 세운 판관이 아니라 스스로 임금이 되려 한 인물이기 때문에 대판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히브리어로 판관은 쇼펫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스리는 사람, 재판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판관들의 주된 기능은 재판관이라기보다는 군사 지도자였습니다. 판관들 가운데 군사적인 지도자로 활약하였던 인물은 오트니엘과 에훗, 기드온, 입타를 들 수 있고, 삼가르와 삼손은 군사 지도자이기보다는 홀로 활동한 전사였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위기를 해결하도록 선발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들이었지만 반드시 덕행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입타는 창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쫓겨나 도적 떼의 대장이 되었던 인물이었고, 삼손은 힘은 장사였지만 결코 모범적인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군사적인 위기가 해결되면 나머지 생애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리며 소송을 해결하는 일도 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판관인 드보라는 야자나무 아래에 앉아서 백성들의 소송을 해결해 주었고, 사무엘 역시 여러 지역을 돌며 순회 판관직을 수행하였습니다. 판관들 가운데는 예언자로 활동한 이들도 있는데, 드보라와 사무엘이 그러하였습니다. 한편, 삼손과 사무엘은 평생 나지르인이었습니다. 사무엘기에 소개되는 엘리와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판관이자 사제였습니다. 오트니엘은 판관기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판관인 만큼 그의 이야기는 죄-벌-울부짖음-구원이라는 판관기의 신학적인 도식에 맞추어 서술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스라엘의 악행을 언급하고, 그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을 이야기합니다. 이스라엘의 악행이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을 저버리고 바알들과 아세라들을 섬긴 것입니다. 신명기는 한 분 하느님만을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하여 섬길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신명기계 역사가가 보기에 가장 심각한 죄는 우상숭배입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진노하시어 이스라엘을 아람 나하라임의 임금 쿠산 리스아타임의 손에 넘기셨습니다. 당시에는 갓 형성된 도시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며 힘겨루기를 하던 시절이었기에 자주 무력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신명기계 역사가는 이런 군사적인 충돌을 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로 해석합니다. 아람 나하라임은 시리아 북쪽 유프라테스강 상류와 티그리스강 상류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며, 이곳의 임금 쿠산 리스아타임은 ‘못 돼먹은 어둠의 자식’이란 뜻으로 실제 이름이라기보다는 비아냥거리며 부르는 별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못된 놈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8년 동안이나 지배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이 고통 중에 울부짖자 하느님께서는 오트니엘을 구원자로 보내주셨고, 그는 주님의 영에 사로잡혀 그 힘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그가 죽을 때까지 40년간 평화를 누렸습니다. 이 행복한 결말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2023년 1월 29일(가해)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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