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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가나안 땅의 분배(여호수아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6 조회수1,212 추천수0

[하느님 뭐라꼬예?] 가나안 땅의 분배

 

 

레위 지파의 몫

 

여호수아에게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을 정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꼭 해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파들이 장차 살아갈 터전으로 삼도록 그 땅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일이었지요. 여호수아기는 (13장에서 21장에 걸쳐) 12지파들에게 어떻게 영토를 분배하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땅을 나누었던 걸까요?

 

여호수아는 때로는 모세의 명을 떠올리며, 때로는 (하느님의 뜻으로 여겨진) 제비를 뽑아 지파들에게 땅을 분배하였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기의 기록을 보면, 여느 지파들이 자신의 몫을 당연히 상속받는 것과는 달리 레위 지파에게는 아무런 상속 재산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는 대목들이 있습니다.

 

“레위 지파에게만은 상속 재산을 주지 않았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신 대로,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바치는 화제물(火祭物)이 바로 그들의 상속 재산이기 때문이다.”(여호 13,14)

 

“그러나 너희 가운데에서 레위인들이 받을 몫은 없다. 주님의 사제직이 그들의 상속 재산이다.”(여호 18,7)

 

그러면서도 여호수아기를 좀 더 읽어 내려가면, 실상은 레위 지파를 위한 상속 재산이 없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레위 지파는 다른 지파들처럼 처음부터 일정 지역의 땅을 분배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지파들이 그들의 소유로 받은 상속 재산에서 어느 정도의 성읍과 목초지를 자신들의 몫으로 분배받았다는 것입니다. 즉 레위 지파는 다른 큰 지파로부터는 비교적 넓은 성읍과 목초지를, 작은 지파로부터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성읍과 목초지를 나누어 받았던 것이지요.

 

여호수아기에 의하면, 이러한 일은 일찍이 레위 가문의 우두머리들이 여호수아와 지파들의 우두머리들에게 요구함으로써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는 일찍이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하신 말씀을 근거로 합니다. 다음 민수기에서 전하고 있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말씀이 그것이지요.

 

“주님께서 예리코 앞 요르단 강가의 모압 벌판에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명령하여, 그들 소유로 받은 상속 재산 가운데에서 레위인들이 살 성읍들을 내주게 하여라. … 너희가 레위인들에게 내줄 성읍들에는 살인자가 피신할 수 있도록 너희가 정한 도피 성읍 여섯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너희는 마흔두 성읍을 내주어야 한다.”(민수 35,1-6)

 

이렇게 레위인들은 여느 지파처럼 자신만의 영토를 상속받지 않았지만, 가나안 땅 전체에 걸쳐 다른 백성이 가진 몫을 자신들의 몫으로 나누어 받아 백성들 가운데 섞여 살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분배받은 몫을 가지고 억울한 사정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 도피할 장소를 제공하는 보호자의 역할도 했습니다.

 

 

레위인들의 역할과 그 기원

 

여기서 레위인들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레위 지파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했고, 그들의 직무는 어떤 기원을 가지고 있을까요? 민수기 3장에 하느님께서 레위인들을 선택하시며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나는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모든 맏아들 대신, 레위인들을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골라 갖는다. 레위인들은 나의 것이 된다. 처음 난 것은 모두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집트 땅에서 처음 난 것들을 모두 치던 날,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처음 난 것은 모두 나의 것으로 성별하였다. 그것들은 나의 것이 된다. 나는 주님이다.”(민수 3,12)

 

‘하느님께 봉헌되어야 할 맏아들을 대신하여 하느님께서 자신의 것으로 삼으신 사람들’이 레위인들이라는 말씀이지요. 즉 레위인들은 ‘하느님께 봉헌할 맏아들을 대신해서 선택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수행한 직무는 하느님을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예배의식에서 희생 제사의 음식을 나누거나 국가적인 축제가 거행될 때 ‘성막과 성전에서 사제를 도우거나 대신하는 일’이었습니다. 즉 레위인들은 ‘사제들에게 맡겨져 하느님을 예배하는 거룩한 일에 종사’한 사람들이었지요.

 

“그들(레위인들)은 성막의 일을 하여, 만남의 천막 앞에서 아론을 위한 임무와 온 공동체를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들은 또한 만남의 천막에 있는 모든 기물을 보살피고 성막의 일을 하여. 이스라엘 자손들을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민수 3,7-8)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레위인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영토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받을 몫과 상속 재산이 일차적으로 바로 하느님 자신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즉 레위인들은 토지나 재산을 불리기에 힘쓰기보다 ‘이스라엘 백성이 거행하는 희생 제사와 축제에 봉사하고, 백성 속에서 또 백성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살아갈 사람들’이었고, ‘그 백성이 베푸는 자선(십일조)에 의지하며 온전히 하느님의 일에 헌신하며 살아갈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지요.

 

레위인들은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레위인들이 생계수단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한 마음으로 자신을 경배하는 일에 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레위인은 다른 지파들의 상속재산에서 그들의 몫을 나누어 받아 백성들 가운데에서 생활하면서 사제를 도와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였고, 억울한 사정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주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종사하면서 하느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한 것이지요.

 

오늘날 성직자들이 이러한 레위인들을 본받아야 살아가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 같네요. 부디 우리 신부님들이 하느님을 위한 희생제사를 정성껏 드리고, 신자들 속에 섞여 생활하면서 그들이 하느님을 잘 섬기도록 돌보는 일에서 기쁨을 찾으며 살아가기를, 물질과 육신의 안락에 마음을 쓰기보다 하느님과 신자들,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지파들을 파견하며 행한 여호수아의 당부말씀

 

여호수아는 지파들에게 땅을 분배하는 일을 마친 다음, 르우벤 지파, 가드 지파, 므나쎄 반쪽 지파를 요르단 건너편의 그들 소유지로 내보내며 축복합니다.

 

“주님의 종 모세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계명과 율법을 명심하여 잘 지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모든 길을 따라 걸으며, 그분의 계명을 지키고 그분께만 매달리면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분을 섬겨라.”(여호 22,5)

 

여호수아는 땅을 분배받아 떠나는 백성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힘쓸 일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그분의 계명에 대한 준수임을 강조했습니다. 여호수아가 남긴 작별의 이 말씀은 신명기 6장 4-5절의 ‘쉐마 이스라엘’을 떠올리게 하는 말씀이지요. 바로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말씀을 집에 걸어두거나 지니고 다녔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늘 가까이하며 그 말씀을 그야말로 생활하고자 한 것이지요. 하느님에 대한 나의 사랑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천국의 길이 나에게 열릴 건데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2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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