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05] 초대교회 몇몇 문제들 신약성경의 말씀은 예수님과 사도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말씀이면서도, 초대교회가 처한 문제나 제기한 질문,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에서도 이런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초대교회 신자들의 신앙을 위협할만한 문제를 꼽는다면, 재림 지연에 대한 문제, 유다교와 결별하면서 제기된 신원의 문제일 것입니다. 첫째, 재림 지연에 대한 문제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예수님의 재림이 곧 도래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이루어지지 않자, 사람들은 점차 재림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2테살 2,2)고 선동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사도행전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부활 후 발현하신 예수님과 사도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재림의 시기가 아닌, 교회 존재의 의미를 밝혀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교회는 재림의 시기를 알아맞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 아니라, 복음 선포의 사명 안에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증언하는 직무를 수행합니다. 둘째, 신원의 문제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메시아에 대한 가르침이라든지, 부활의 기대, 종말에 관한 생각 등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두 종교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유다교는 메시아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가르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메시아는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이러한 신앙고백은 결국 유다교의 박해를 촉발하게 되었고, 스테파노의 순교(사도 7,60)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때 초대교회에 대두되던 문제가 구세사의 계승 문제입니다. 옛 이스라엘로부터 내려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구원 역사를 우리 교회가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한 논란입니다. 이 문제는 겉으로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구약성경을 부정했던 ‘마르키온’이라는 이단까지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루카는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예루살렘에서 형성되었고(사도 1,12), 줄곧 그곳에 머물러 있었으며, 교회의 지도자들조차 유다교적 신앙을 버리지 않고 회당과 성전에서 유다교 사람들과 함께 기도했음을 드러냄으로써,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에서 직접 유래한 것이며 유다교를 완성하는 것이라 제시합니다. 또한 저자는 나자렛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며 주님이라는 사실을 확증하기 위하여 구약성경을 인용하며 구원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초대교회는 고통 없이 평화롭게 탄생한 교회가 아닙니다. 여러 문제와 역경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의미를 깨닫고 고뇌하면서 생겨난 교회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풍파와 시련은 신앙을 꺼버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고뇌하던 교회가 굳건한 믿음의 교회로 성장했듯, 시련과 고심의 시기는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2월 19일(가해) 연중 제7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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