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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8: 성경 이야기 세계 5 - 시점(視點)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27 조회수1,187 추천수0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8) 성경 이야기 세계 5 – 시점(視點)

 

 

복음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개념인 시점(Point of View)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공연장에서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전에 같은 제목의 뮤지컬 버전 영화를 감명 깊게 봤던 터라 실제 극장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역시나 화려한 무대 연출과 현장에서 느껴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대와 관람석 사이의 거리는 뮤지컬 버전의 영화보다 인물에 대한 감명을 덜하게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에 집중시키고, 매번 카메라 각도를 달리하여 등장인물의 시점을 부각시켜 주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좀 더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 이야기에도 시점이 존재합니다.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며 각 인물을 묘사하듯 이야기 흐름도 다양한 시점을 드러내며 진행됩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시점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 사천 명을 먹이신 사건(8,1-10)에서 이야기는 「설화자」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그 무렵에 다시 많은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8,1). 이어서 「예수님」은 그 군중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힙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8,2). 「제자들」은 그러한 예수님께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8,4) 라며 반문합니다. 설화자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로 이어지며 각 인물의 서로 다른 시점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에서 서로 다른 시점을 통해 표현되는 내용(가치)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은 굶주린 군중을 가엾게 여기는 착한 목자로, 제자들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 세계에서 시점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설화자, 등장인물, 수신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합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설화자는 수신자에게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임을 알려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1,1). 반면 예수님을 처음 만나는 제자들은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1,16-20). 이런 의미에서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수신자는 성경 속 이야기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임을 알고 고백하는 과정을 궁금해하면서 말입니다.

 

[2023년 2월 26일(가해) 사순 제1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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