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07] 마티아 사도의 선출(사도 1,12-26)

단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등에 자신의 이름보다 숫자를 크게 표시하고 경기에 임합니다. 얼마 전에 끝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축구 선수들은 등에 숫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잘 보면, 몇몇 나라 최고 공격수들의 등번호가 10번으로 서로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아르헨티나 최고의 공격수 메시도, 프랑스 최고라는 음바페 선수도 10번입니다. 10이라는 번호는 축구 황제라고 불리는 펠레 선수가 달았던 번호입니다. 이후 마라도나, 지단 같이 실력 있는 선수들이 10번을 선호했고, 축구에서 10번은 최고 실력을 가진 골잡이들의 번호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숫자 12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12지파를 가리키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12지파는 야곱의 두 아내 레아와 라헬 그리고 그들의 여종인 빌하와 질파가 낳은 아들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지파들은 이스라엘 국가 형성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12지파는 예수님을 통해 건설되는 하느님 나라의 초석이 되는 열두 사도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수난에 앞서 열두 사도에게 보상을 약속하면서, 나중에 당신의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면서,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루카 22,29~30)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이 재건될 때 사도들이 그 지도자가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열두 사도단에서 유다 이스카리옷은 예수님을 배반합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을 쓴 루카는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한 후 어떻게 되었는지 전해 줍니다. 예수님을 팔아서 생긴 돈으로 밭을 산 후 거꾸로 떨어져 배가 터져 죽었다고 말이죠. 비참한 유다의 죽음은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줍니다. 하나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주님을 배반했을 때 맞이하게 될 슬픈 결말이고, 다른 하나는 열두 사도단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사도단의 일원이 될 누군가를 선발합니다. 여기서 사도가 되기 위한 조건이 제시됩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공생활을 시작하신 그날부터 승천하신 때까지 예수님의 생애를 직접 본 증인이어야 합니다. 결국 사도의 조건은 주님과 함께 삶의 여정을 걸으면서, 그분의 삶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도들이 전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과 말씀입니다. 이제 사도들에게 남은 것은 주님의 말씀과 행적을 전하는 복음 선포 사명입니다. 이 복음 선포 사명은 성령 강림을 통해 시작될 것이며, 실현되어 갈 것입니다.

또한 마티아의 선출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열두 사도를 중심으로 하는 신약의 공동체가 구약의 열두 지파와 깊은 연관을 맺고 이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는 이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약성경도 중요하지만 구약성경도 굉장히 중요한 책입니다.

[2023년 3월 12일(가해)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