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0) 성경 이야기 세계 7 – 후변, 예변, 요약, 장면, 중지 - 시몬의 장모를 고치시다, 제임스 티소트(James Tissot, 1836-1902) 作, 1886-94년에 그린 수채화 연작. 오늘은 마르코 복음서 속 사건들이 소개되는 방식들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복음서 속 여러 에피소드(하위 이야기)의 순서를 살펴보면 실제 사건이 일어난 순서와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비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6,14-29)가 그 예입니다. 당시 유다의 임금이었던 헤로데는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고 세례자 요한을 회상합니다. 이때 설화자는 이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가둔 일과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시간의 순서대로라면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헤로데가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는 것보다 앞선 일이지만, 이야기 순서상 그다음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학적 기법을 후변(Analepses, 혹은 회고)이라 말합니다. 반대로 예변(Prolepses, 혹은 예고)은 뒤이어 나올 사건을 미리 앞당겨 언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자신의 수난과 부활을 세 번이나 예고한 부분입니다(8,31-33; 9,30-32; 10,32-34). 시간의 흐름상 나중에 일어날 일이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앞서 소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서 속 에피소드가 이야기되는데 사용되는 시간과 사건이 일어난 실제 소요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설화자는 예수님의 활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1,34). 예수님의 수많은 활동을 단 한 구절로 표현하는데, 이런 진행방식을 요약(Summary)이라고 합니다. 요약은 이야기 진행시간이 실제 사건보다 적게 사용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반면 이야기의 진행 시간과 실제 사건의 시간이 엇비슷하게 소요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장면(Scene)이라 일컫습니다. 예수님이 비유로서 가르치거나(4,1-34) 제자들과 나눈 대화(8,27-30)가 이에 해당합니다. 중지(Pause)는 이야기의 진행이 중지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설화자는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수신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설명한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종교 지도자들과 하게 된 논쟁(7,1-23)에서 설화자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수신자에게 유다인들의 전통을 설명(7,3-4)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복음서 속 여러 사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되면서 각 이야기들은 복음서 전체(상위 이야기)에서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지니게 됩니다. 복음서를 이야기로 읽는다는 것은 사건이 어떤 식으로 소개되고 있는지 알아가는 흥미로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2023년 3월 12일(가해) 사순 제3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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