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4)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구조 - 바르톨로메우스 브레인베르흐(1598-1657) 作, 1631-34년에 그린 <백인대장의 병든 종을 고치시는 그리스도) 어느 책이든 첫 부분을 펼치면 프롤로그(Prologue, 머리말 혹은 서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함축적으로 이렇습니다’라며 책을 개략적으로 알려주어 독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분입니다. 마르코 복음서도 프롤로그(1,1-15)로 시작합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로 소개(1.1-13)하고 예수님의 복음 선포 활동을 개괄적으로 묘사(1,14-15)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설화자가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에게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수신자가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고, 이야기 세계 속 인물들(가령, 제자들)이 그분을 어떻게 대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초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는 총 네 부분으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 부분(1,16-8,30)은 예수님이 어부 네 사람을 제자로 삼으신 이야기(1,16-20)로 시작하여 그들이 예수님이 누구인지 고백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8,27-30). 제자들은 악령을 다스리고 병자를 치유하며 율법의 권위를 뛰어 넘는 스승님의 모습을 체험하며 그분이 그리스도임을 알게 됩니다. 두 번째 부분(8,31-10,52)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더욱 심도 있게 알아가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했다고 그분을 온전히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그리스도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단락에서 세 번에 걸친 수난예고(8,31-33; 9,30-32; 10,32-34)와 “길 (위)”(9,33.34; 10,17.32 등)라는 반복되는 표현은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중에 있는 예수님이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될 그리스도(10,45)이심을 드러냅니다. 세 번째 부분(11,1-15,47)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예루살렘에서 겪은 일들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 예고되었던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현실화되면서 그분에 대한 계시가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십자가 아래 백인대장은 예수님을 바라보며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15,39)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이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실천한 그리스도로 밝혀지게 되는 것입니다. 네 번째 부분(16,1-20)에는 두 개의 부활사화가 전해집니다. 하느님께서 십자가 죽음에 처형된 예수님을 부활시키셨다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을 반대했던 이들은 그분을 체포, 사형선고 받게 함으로써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실패한 것처럼 보인 예수님이 진정한 승리자로 드러나게 됩니다. [2023년 4월 9일(가해) 주님 부활 대축일 광주주보 숲정이 5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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