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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해의 부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28 조회수1,271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해의 부활


사해는 성경에서 “소금 바다”(창세 14,3 등)라 칭해질 만큼 여느 바다보다 염도가 높습니다. 생명체가 살 수 없어 사해(死海)라고 합니다. 이런 바다에 물고기가 우글거리게 되는 장면은 꿈처럼 여겨지지만, 기원전 6세기 예언자 에제키엘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회복해주시는 날 사해가 생명을 얻으리라고 예고합니다. 이 신탁을 기념하여, 현재 사해 북서쪽으로 자리한 키부츠 농장의 이름도 ‘소금 바다여, 부활하라!’는 뜻의 ‘칼리야’입니다.

사해는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30k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사해와 예루살렘 사이에는 유다 광야가 펼쳐져 있고요. 그런데 예루살렘의 평균 고도는 해발 750m지만 사해는 해저 400m 이하여서 고도차가 1km 이상 납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서 사해로 내려가보면 마치 하강하는 비행기를 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귀가 멍멍해지지요. 그리고 여기서 에제키엘이 전한 사해의 부활 신탁(에제 47,1-12)도 실감나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에제키엘은 이스라엘의 바빌론 유배 초기에 활동한 예언자입니다. 이스라엘이 바빌론에 패망하여 민족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던 시기입니다. 그때 에제키엘은 사해의 부활 장면을 환시로 보고 신탁을 전달해 백성들의 낙심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가 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스라엘이 회복되는 날 새 성전이 봉헌되면 성전에서 생명수가 솟아 사해까지 흘러갑니다. 그 물이 점점 불어 강처럼 되고 지나는 땅마다 기름지게 변화시킵니다. 예루살렘과 사해 사이에 자리한 광야도 에덴동산처럼 과일나무들이 자라나게 됩니다(12절). 그 물이 사해에 닿으면 죽은 바다가 되살아나 생물이 우글거리게 됩니다(9절). 오늘날에도 예루살렘에 비가 내리면, 예루살렘과 사해의 고도차 때문에 빗물이 강처럼 되어 사해까지 세차게 흘러갑니다. 나무가 없는 광야이기에 홍수가 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에제키엘이 전한 사해의 부활 예고는 바빌론에서 유배살이 하던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참으로 적절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들이 나라를 잃고 죽음의 바다에 빠진 듯 절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절망은 에제 37,11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 곧 사해는 무덤 같은 유배지를 상징하였습니다. 바빌론은 히브리어로 ‘바벨’인데요, 창세 11,9의 ‘바벨’과 동일한 단어로서 ‘혼돈’을 뜻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바빌론이라는 혼돈에 빠지게 하심으로써 이스라엘을 벌하셨음을 암시해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해는 혼돈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백성이 유배지에서 죗값을 치르고 용서를 받으면, 새 성전에서 생명수가 넘쳐흘러 죽은 바다가 치유되고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되리라는 신탁이 선포된 것입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어 죽음 같은 유배가 끝나고 이스라엘 집안이 살아날 거라는 약속이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4월 23일(가해) 부활 제3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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