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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사, 부농에서 예언자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2 조회수976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사, 부농에서 예언자로

 

 

사람은 누구나 성격대로 한세상을 살아갑니다. 성격과 기질이 그의 삶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성격 때문에 이런저런 삶을 산다고 평을 들을 이유는 없지만, 특정 기질을 발휘해 세상에 업적을 남긴 이가 있다면 존경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 인물들 가운데 성경에서는 기원전 9세기 북왕국에서 활동한 엘리사가 떠오릅니다.

 

엘리사는 엘리야의 후계자입니다. 원래 겨릿소를 열두 마리 부리는 농부였으니(1열왕 19,16) 윤택한 집안 출신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엘리야가 부르자 미련 없이 따라 나섭니다. 마치 예수님의 부르심에 제자들이 그물을 버리고 따라 나섰듯이 말입니다. 엘리사는 밭을 갈던 쟁기로 불을 피우고 소를 죄다 잡아 잔치를 베풉니다. 이로써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결심을 행동으로 보여주지요. 아마도 이런 결단력 때문에, 당시 이스라엘에는 전문 예언자들이 많았음에도(1열왕 20,35; 2열왕 2,3) 하느님께서 엘리사를 엘리야의 후계자로 지목하신 것 같습니다. 웬만한 강단으로는 최고 권력자와의 갈등도 감수해야 하는 예언자의 소명을 맡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엘리사가 지닌 근성과 결단력은 당시 예언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었습니다.

 

엘리사의 근성은 엘리야과 함께 길갈에서 예리코로 가던 여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엘리야는 승천하기 직전 자신을 따라오지 말고 남아 있으라고 만류하지만, 엘리사는 ‘당신을 떠나지 않겠다.’며 끝까지 따라갑니다(2열왕 2,2.4.6). 그래서 결국 엘리야의 승천을 보고, 자기 스승의 갑절이 되는 큰 능력도 받게 됩니다(2,9-10). 그 뒤 그는 기적을 행하며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예리코 성읍의 샘물에 소금을 뿌려 수질을 좋게 해주고(2,19-22), 과부의 두 아들이 가난 때문에 종으로 팔릴 위기에 놓이자 기름 한 병으로 그릇마다 채우는 기적도 일으킵니다(4,1-7). 불임이던 수넴 여인은 아이를 낳게 도와주고, 아이가 죽었을 때 살려 내기도 합니다(4,8-37). 심지어 그는 죽어서도 기적을 일으켜, 어떤 이의 주검이 엘리사의 뼈에 닿자 되살아납니다(13,21). 이 모든 기적은 엘리사가 진정 하느님께 속한 예언자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민초들을 위해 헌신한 엘리사는 마태 19,21-22의 부자 청년과 비교됩니다. 그 청년도 완전한 사람이 되고픈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20절). 하지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를 도우면 완전해지리라는 예수님의 조언에 그만 떠나가버리지요. 근성이 받쳐주지 못하자 자신의 한계에 슬픔을 느끼면서 말입니다(22절). 십계명은 완벽히 준수했지만 하늘나라의 보물을 차지하게 해줄 하나를 채우지 못한 그였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며 삶의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행동하는 데 소심해지기 일쑤지요. 그러기에 엘리사가 보여준 근성과 결단력은 오늘날 우리에게 훌륭한 귀감이 되어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7월 2일(가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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