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23] 베드로의 기적과 이방인 세례(사도 9,32-10,48) 사람은 무리를 지어 자신들에게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무리는 이익집단화되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교회도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모여야 하지만 때로는 닫힌 마음탓에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초대교회도 초창기에는 마음이 닫혀 있었습니다. 특히 이방인들에게 조금 더 닫힌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이끌어 가시는 성령께서는 베드로를 통해 이방인들에게 구원의 문을 활짝 열어 놓으십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의 생활 안에는 유다교의 풍습들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식사에 대한 풍습이 그러했는데, 유다인들은 레위기와 신명기에 따라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정해져 있었습니다.(레위 11장; 신명 14,3-21) 그러나 이방인들에게는 이러한 음식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유다인들은 이방인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러나 초대교회는 주님의 만찬 예식에서 신자들이 음식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어 먹도록 했습니다. 이때 몇몇 유다교의 풍습을 버리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은 이방인들과 식사를 거부했고, 일부는 이방인들에게 세례 전에 할례받을 것을 강요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성령께서는 이러한 규정들을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를 통해 없애십니다. 코르넬리우스라는 인물은 하느님에 대해서 알지만, 로마의 백인 대장, 즉 이방인입니다. 그래서 할례도 받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는 이 인물에게 베드로를 집에 초대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때 베드로도 환시를 받습니다. 이 환시는 부정한 동물과 부정하지 않는 동물을 모두 잡아먹으라는 환시였습니다. 베드로는 환시의 의미를 몰랐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됩니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었음을 말입니다. 즉 이방인이나 유다인이나 하느님께 소중한 존재이기에 이방인들을 속되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뜻을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환시 후 베드로는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의 초대에 응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식사합니다. 벌써 유다인의 풍습이 성령의 인도로 깨지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베드로가 그들에게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니 그 자리에서 성령이 내린 것입니다. 할례를 받지도, 물로 세례를 받지도 않았지만 벌써 성령께서 내리신 것입니다. 이것을 본 베드로는 깜짝 놀랐고 이방인에게도 하느님께서 차별 없이 성령의 선물을 내리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그들에게 할례 후에 세례를 베푸는 대신, 할례 없이 바로 세례를 주게 됩니다. 이 사건은 교회에 큰 파장을 불러옵니다. 결국 사도들은 예루살렘에 모여, 이 사건에 관해 논의하고 앞으로 세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의하게 됩니다. 우리가 잘 기억해야 하는 것은 복음 선포를 이끌어가시는 분이 성령이시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성령은 인간을 협력자로 부르십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러 가지 편견과 선입견에 갇혀 있습니다. 이런 인간적 부족함은 성령의 역사를 가로막지 못합니다. 오히려 성령의 은총 안에서 하나씩 해체되어 갈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의 협력자들은 교만보다는 그분의 업적에 순종하는 순명과 겸손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2023년 7월 9일(가해) 연중 제14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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