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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사무엘의 탄생(1사무 1,1-2,10)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9 조회수651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사무엘의 탄생(1사무 1,1-2,10)

 

 

아들 사무엘을 엘리 사제에게 바치는 한나, 헤르브란트 반 덴 에크하우트(Gerbrand van den Eeckhout, 1621~1674)

 

 

사무엘이 탄생하던 시기는 철기 시대 초기에 해당됩니다. 이때 가나안 땅을 지배하였던 이집트의 세력이 약화되었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도 강대국의 세력이 약화됨에 따라 가나안과 시리아지역의 부족들은 정치적인 자유를 누리며 도시 국가들을 형성해가기 시작합니다. 이스라엘도 이 시기에 느슨한 지파 연합에서 왕정으로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사무엘은 이런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지파 연합에서 왕정으로의 전이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전이 과정이 바로 사무엘기 상권에 묘사됩니다. 성경의 역사가는 한 인물의 등장과 그의 경쟁자의 몰락이라는 구성을 통해 이 전이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이 과정을 주도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순례를 떠날 지역은 에프라임 산악 지방의 라마타임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에프라임족인 엘카나라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아내가 둘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각각 한나와 프닌나였습니다. 프닌나는 자식이 있었지만 한나는 주님께서 그의 태를 닫아 놓으셨기 때문에 자식이 없었습니다. 엘카나는 해마다 실로 성소로 올라가서 주년 제사를 지냈습니다. 당시에는 엘리 사제의 두 아들인 호프니와 피느하스가 실로 성소에서 사제로 봉직하고 있었습니다. 엘카나는 제사를 드릴 때 프닌나와 그의 자녀들에게 제물의 몫을 나누어주었고, 자식이 없는 한나에게는 한몫만 주었습니다. 그는 한나를 사랑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두고 프닌나는 해마다 한나의 화를 돋우며 괴롭혔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나는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남편 엘카나의 위로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나는 쓰라린 마음을 안고 성소에서 울면서 기도를 바쳤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한 여인인 한나는 아들 하나만 허락해 주시면 태어날 아기를 평생 나지르인으로 바치겠다고 서원하였습니다. 한나가 이런 기도를 드릴 때 엘리 사제는 성전 문설주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나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나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술에 취한 줄 알고 엘리 사제는 술에서 깨어나라고 야단을 칩니다. 당시에는 탄원자가 성소에서 큰 소리로 하느님께 탄원을 드리면 사제나 예언자가 이에 대한 응답을 주었고, 탄원자는 그 말씀에 대한 신뢰와 감사를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엘리는 한나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한나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소리도 못내고 하느님 앞에 괴롭고 분한 마음을 털어놓던 중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엘리는 하느님께서 그의 청을 들어주실 것이니 안심하고 돌아가라고 응답합니다. 한나는 이 응답을 듣고 돌아가 음식을 먹었고, 전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한나는 이 기도의 응답으로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고, 주님께 청을 드려 얻은 아이라 하여 이름을 사무엘이라 지었습니다. 이듬 해에 엘카나가 다시 주년 제사를 드리러 갈 때 한나는 성소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아이가 젖을 떼면 그때 아이와 함께 성소로 올라가겠다는 것입니다. 엘카나는 이를 허락합니다. 아이가 젖을 떼자 한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실로 성소로 올라갑니다. 삼 년 된 황소 한 마리에 밀가루 한 에파와 포도주를 채운 가죽 부대 하나를 싣고 가서 아이를 평생 나지르인으로 봉헌하며 엘리 사제에게 맡깁니다. 한나가 엘리 사제에게 아들 사무엘을 맡기며 읊은 감사의 찬가가 “한나의 노래”입니다(1사무 2,1-10). 이 노래는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실 때 노래했던 마니피캇과 매우 유사하며, 부자와 가난한 자, 세도가와 비천한 이의 운명을 역전시키는 하느님의 힘을 찬양합니다. 어린 사무엘은 아마포 에폿을 두르고 하느님을 섬겼습니다. 한나는 그 이후에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아들 셋과 딸 둘을 더 낳았습니다.

 

[2023년 7월 9일(가해) 연중 제14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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