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24] 예루살렘 사도회의(사도 11,1-18; 15,1-35) - 경과와 의미 지난주에 설명해 드렸던 것처럼, 베드로가 코르넬리우스라는 이방인에게 세례를 준 것은 예루살렘 교회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이방인의 세례는 할례가 주어진 다음 이루어졌던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코르넬리우스의 세례는 할례가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성령께서 오셨기에 이루어진 세례였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루살렘 교회에 자신이 왜 전통적인 관례를 깰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을 때에 우리에게 주신 것과 똑같은 선물을 그들에게도 주셨는데, 내가 무엇이기에 하느님을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11,17) 여기서 선물이란 바로 성령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해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이방인들과 유다인들의 삶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신들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삶을 삽니다. 질투하거나 인간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하느님은 십계명을 통해 인간을 윤리적 삶으로 이끄십니다. 그래서인지 이방인들에게 불륜과 사치는 당연한 삶의 일부였지만, 유다인들은 도덕적 삶을 우선시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왔지만, 이들은 결국 할례와 율법 규정을 통해 도덕적 삶으로 일치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할례라는 방식은 큰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기에 가혹한 처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또한 율법 규정에는 윤리적 측면만이 아니라, 음식 규정과 같은 낯선 규정들도 있습니다. 이방인의 사도였던 바오로는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는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갈라 5,6)라며 구원에 꼭 필요한 것은 할례가 아님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가르치며, 모세의 율법에 따라 살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이들은 바르나바와 바오로의 복음 선포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특히 바오로의 음해 세력이기도 했습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1차 선교 여행을 다녀온 뒤 예루살렘에서는 다시금 할례 없이 세례를 주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맙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성령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고, 이방인들에게 할례 없이 세례를 주기로 의결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 조건은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과 불륜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를 멀리하라.’(15,20)는 것입니다.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은 우상숭배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며, 불륜은 윤리적 행위와 연결되며,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는 율법과 관련된 것입니다. 결국 성령의 가르침에 따라 이방인들에게 할례 없이 세례를 베풀되, 최소한의 제약을 통해 하느님의 규율을 가르쳤던 것입니다. 사도행전은 이렇게 편지 발송이나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을 파견하는 방식을 통해 예루살렘 교회에서 결정된 사항들이 다른 지역 교회에 전달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초대교회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교회였음을 드러냅니다. [2023년 7월 16일(가해)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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