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29) 단식 논쟁 – 새것과 헌 것(2,18-22) - 마르텐 드 보스(Marten de Vos, 1532-1603), <카나의 혼인잔치> 예수님이 단식에 관하여 사람들과 논쟁을 벌입니다. 설화자는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단식하고 있었다”(2,18)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예수님 시대 유다인들은 속죄일에 의무적으로 단식했고(레위 16,1-34),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거나(1사무 31,13; 2사무 1,12), 회심을 표현하기 위해(1열왕 21,27; 이사 58,3-6) 자발적으로 음식을 끊었습니다. 특별히 종교 지도자들인 바리사이들은 경건한 삶을 위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일출부터 일몰까지 정기적으로 음식을 멀리했습니다(루카 18,12 참조). 앞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레위 집에서 많은 세리 및 죄인들과 음식을 나누었는데(2,15-17), 아마도 그날이 바리사이들이 지켰던 단식일로 추정됩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이 종교적인 관례를 따르지 않는 것을 지적합니다.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조상들의 전통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예수님을 질책한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비유를 들어 응답합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오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제자들(“혼인 잔치 손님들”)이 예수님(“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는 단식할 필요가 없지만, 예수님이 사람들 손에 넘어가 죽게 될 때(“빼앗길 때”) 단식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단식하는 이유를 새롭게 제시합니다. 지금껏 단식은 조상들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면, 이제 단식의 동기가 예수님(“신랑”)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특별히 제자들) 눈에 예수님은 과거 전통에 자유로우면서 그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는 분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헌 옷과 새 천 조각의 비유(2,21), 그리고 헌 가죽 부대와 새 포도주 비유를 듭니다(2,22). 옛것(헌 옷과 헌 가죽 부대)과 새것(새 천 조각과 새 포도주)은 조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로운 시대에는 그에 맞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알기 위해서는 과거 전통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인격(말씀과 행위)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신자는 예수님 말씀을 직접 들음으로써 특별한 메시지를 얻게 됩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당신과 이스라엘 백성을 신랑, 신부 이미지로 묘사합니다(호세 2,21-22; 이사 54,5; 62,4-5). 예수님은 자신을 ‘신랑’으로 소개하면서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관심과 사랑을 드러냅니다.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는 하느님께서 아들 예수님을 통해 세상과 친밀한 관계(“혼인 잔치”)를 맺고 싶어 한다는 점을 배우게 됩니다. [2023년 7월 23일(가해) 연중 제16주일(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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