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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케루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08 조회수841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케루빔

 

 

우리는 기도나 미사 전례에서 ‘케루빔’에 대해 종종 듣습니다. 그래서 ‘세라핌’과 함께 친숙하면서도 신비롭게 여겨지는 존재입니다. 성경에는 환시 속에서 케루빔을 목격한 예언자도 나옵니다. 바로 에제키엘입니다. 그는 바빌론에서 유배자로 살 때 케루빔과 함께 발현하신 주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에제 1장). 에제키엘은 예루살렘 사제 집안 출신인데(1,3) 기원전 598/7년 바빌론 임금이 유다 왕국을 침공해 여호야킨 임금과 유다 귀족들을 끌고 갈 때 함께 유배됩니다. 그 뒤 서른 살 나이에 바빌론에서 예언자로 세워져 기원전 571년(29,17)까지 활동합니다. 에제키엘이 본 환시는, 이방 신을 섬기는 바빌론에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발현하심으로써 ‘당신이 온 세상의 창조주이심’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발현한 케루빔의 단수형이 커룹입니다. 십계명을 보관한 계약 궤 위에 장식되었다는 그 커룹입니다(탈출 25,10-22). 창세 3,24에서 커룹은 에덴동산의 입구를 지키는 역할을 하므로, 계약 궤에도 십계명을 보호하는 의미로 장식된 듯합니다. 커룹은 또한 주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이는 하느님을 커룹들 위에 좌정하신 분으로 묘사하는 1사무 4,4에서 알 수 있습니다. 커룹 장식이 주님의 왕좌라면, 그 아래의 계약 궤 역시 왕좌의 일부일 터인데, 구체적으로는 발판에 해당합니다(1역대 28,2). 이렇게 커룹과 계약 궤가 주님의 왕좌를 상징하였기에, 광야 시절 계약 궤가 앞서가며 백성을 이끌었던 것입니다(민수 10,33).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려고 요르단강에 섰을 때 그 물을 갈라지게 한 것도 계약 궤의 힘이었습니다(여호 3장). 그런데 지상 성전은 하늘 성전을 본떠 지은 것이므로(히브 8,5), 계약 궤 위의 커룹도 하늘 왕좌를 받치는 실제 케루빔의 모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에제키엘은 실제 커룹을 본 셈입니다. 그가 본 환시에서 케루빔은 총 넷이 날개를 엮어 하늘 왕좌를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네 커룹은 각각 네 개씩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인간, 사자, 황소, 독수리의 얼굴이었습니다. 이 케루빔 환시가 이후 묵시 4,6-8에서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어좌 한가운데와 그 둘레에는 (···) 네 생물이 있었습니다.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습니다.” 2세기 리옹의 주교 이레네우스는 케루빔의 얼굴을 신약의 네 복음서와 연결하였습니다. 요한은 ‘사자’, 루카는 ‘황소’, 마태오는 ‘사람의 아들’, 마르코는 ‘독수리’에 적용하였습니다(『이단 논박』 3.11.8). 그러다 복음의 내용과 연관되면서 마르코와 요한이 서로 바뀌어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케루빔은 참으로 신비스러운 천상의 존재이지만, 이스라엘이 방랑한 광야에서 계약 궤가 주님 현존의 상징으로 백성을 인도하였을 장면과 함께 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8월 6일(가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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