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29] 우상과 철학의 도시 아테네 선교(17,16-34) 이번 선교지는 아테네와 코린토입니다. 아테네는 그리스의 수도이자 정치·문화·철학의 중심 도시였고, 코린토는 그리스 본토와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연결하는 항구 도시로 상업과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강하게 뿌리내린 그리스 문화에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선교는 유다인들의 방해가 고난의 원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신교적이며, 비윤리적 삶을 사는 이방인 문화가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아테네에서 바오로는 다신교적 신관 문화를 역으로 이용해 이를 칭찬하며 난관을 극복합니다. 아테네는 파르테논 신전, 아고라 광장, 하드리아누스의 도서관 등 고대 신전과 건축물들을 보유한 그리스의 중심 도시입니다. 바오로가 설교한 아레오파고스 광장은 ‘아레스 신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법정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바오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설교합니다. 먼저 바오로는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을 보고서, 아테네인들의 종교심을 칭찬합니다.(17,23) 이를 토대로 아테네인들에게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시자 하늘과 땅의 주인(17,24)이신 하느님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밝힙니다. 바오로의 설교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이 중심이 아니라, 아테네인들의 종교적 심성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유일하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점 요소입니다. 일방적인 복음 선포가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이용하는 접근이며, 여기에서 바오로의 재치가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아테네인들은 죽은 이들의 부활에 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바오로의 말을 흘려들었고, 어떤 이들은 비웃었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를 믿게 됩니다. 복음 선포는 대중들의 커다란 지지와 성원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소소하지만, 뜻 있는 이들의 변화를 통해 실현됩니다. 나와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산 이들을 설득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그들에게 신앙의 가르침,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건 더욱 힘든 일입니다. 아테네 시민은 신화와 철학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도시였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떠벌리거나 교만한 이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에게 참으로 힘든 선교 활동이었을 겁니다. 어떤 이들은 바오로가 아테네에 교회 공동체를 설립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선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복음 선포의 성공 여부를 대중적으로, 커다란 결실로만 판단한다면 큰 착오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밀알 하나로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아니라 참된 믿음을 가진 이들의 열정이 중요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아테네에서 작은 성과를 거두고, 코린토로 길을 나섭니다. [2023년 8월 20일(가해) 연중 제20주일 서울주보 4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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