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라] 하느님의 이름 인간에게 이름이 있듯 하느님께서도 이름을 가지고 계실까요? 하느님께서는 영원하신 분이시라 이름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구약성경에서는 여러 호칭으로 하느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쓰였습니다. 히브리어는 본래 모음 없이 22개의 자음만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구약성경은 처음에 자음으로만 기록되었던 것입니다. 자음으로만 쓰인 구약성경에 대략 5~9세기경에 모음 부호가 붙여졌습니다. 모음 부호가 누구에 의해서 언제 붙여졌는지 알 수 없고, 다만 이런 작업을 한 이들을 ‘마소레트’(Masoretes)라고 부릅니다. 이는 ‘전승자’라는 뜻입니다. 이 전승자들에 의해서 모음이 붙여진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마소라 성경’(Masoretic Text: 약호 MT)이라고 부릅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크게 두 가지 호칭으로 불렸습니다. 하나는 일반 호칭으로서 ‘하느님’(God)인데, 히브리어로는 ‘엘로힘’(Elohim)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히브리어 성경에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입니다. 엘로힘은 ‘엘로아’의 복수로 추정되는데, 엘로아는 욥기에는 42번 나오고 그 밖의 성경에서는 15번 나옵니다. 야웨와 더불어 하느님을 가리키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유한 호칭으로, ‘신명사문자’(神名四文字)로 된 야웨(YHWH)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주 너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당하게 불러서는 안 된다’라는 계명에 따라서 하느님 이름 ‘YHWH’가 나오면, 그 본래 발음을 하는 대신에 히브리어로 ‘나의 주’(主) 또는 ‘나의 주인님’이라는 뜻을 지닌 ‘아도나이’(Adonay)로 고쳐 불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 ‘YHWH’라는 이름의 정확한 발음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음으로만 되어 있던 히브리어 성경에 모음을 붙이는 과정에서 유다인 성경 학자들은 ‘YHWH’라는 이름에 ‘아도나이’(Adonay)의 ‘a,o,a’ 모음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명사문자는 표기상 ‘야호와’(YaHoWaH)가 되어야 하겠지만, 후대의 성경학자들이 첫 번째 모음인 ‘a’를 ‘e’로 약간 바꾸어 ‘예호와’(YeHoWaH)로 고쳐 적었습니다. 그러나 ‘YHWH’의 본래 발음은 ‘예호와’보다 ‘야웨’(Yahweh)에 가깝습니다. 옛 히브리인들이 이 신명사문자 ‘YHWH’를 어떻게 발음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자마다 ‘야웨’, ‘야훼’(공동번역 성서), ‘야붸’라고 발음하기도 합니다. 특히 ‘예호와’라는 잘못된 명칭은 16세기 레오 10세 교황의 고해 사제였던 갈라티누스(Petrus Galatinus)라는 신부에 의해 전해졌고, 약간 변형된 ‘여호와’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개신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가 2005년에 펴낸 《성경》에서는 하느님의 이름 ‘YHWH’를 ‘주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알렐루야’는 ‘야웨를 찬양하라’, ‘엘리야’는 ‘야웨는 나의 주님이시다’. 그리고 ‘오바드야’는 ‘야웨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모두 끝에 ‘야웨’라는 이름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20일(가해) 연중 제20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유충희 대철베드로 신부(둔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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