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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사무엘과 왕정 제도(1사무 7,2-8,2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2 조회수588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사무엘과 왕정 제도(1사무 7,2-8,22)

 

 

계약의 궤가 키르얏 여아림에 머문 지 이십 년이 지났습니다. 키르얏 여아림이 유다 지파와 벤야민 지파의 경계지에 위치한 성읍이라면, 이번 순례는 주로 벤야민 지파의 땅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무엘기 상권 7장 2절부터 17절까지는 판관 사무엘에 관한 이야기로, 이 부분은 판관기의 전형적인 도식에 따라 서술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을 향해 탄식하였고, 이에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을 판관으로 세워 주셨습니다. 판관기에 소개된 판관들이 주로 군사적인 영웅이었다면 사무엘은 무엇보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님을 섬기는 법을 가르치는 판관입니다. 사무엘은 주님께 돌아오려면 이방의 신들을 치워 버리고 마음을 다하여 주님만을 섬길 것이며, 그렇게 할 때 주님께서 그들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해방시키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미츠파의 집회에서 백성들에게 기도와 단식, 죄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정화 예식을 갖게 하고, 그곳에서 판관직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미츠파에 모였다는 소문을 들은 필리스티아인들이 공격해오자 백성들은 두려워하며 사무엘의 기도를 요청합니다. 사무엘이 어린 양을 주님께 번제물로 바치며 기도할 때 필리스티아군이 공격하였고, 주님께서는 천둥으로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셨습니다. 전쟁에서 패한 그들이 후퇴하자 이스라엘 백성은 벳 키르까지 추격하며 그들을 공격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주님의 도우심을 기념하기 위하여 미츠파와 센 사이에 돌을 세우고 이 돌을 ‘도움의 바위’(에벤 에제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로 필리스티아인들은 다시는 이스라엘 영토에 들어오지 않았고, 사무엘이 살아 있는 동안 평화는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사무엘은 일생 동안 베텔과 길갈, 미츠파와 라마를 돌며 순회 판관직을 수행하였습니다. 이것은 판관기의 도식에 따른 전형적인 결말이지만 사실 필리스티아인들은 사무엘의 시대뿐만 아니라 사울과 다윗 시대에도 계속해서 이스라엘의 영토를 침범하였습니다. 사무엘기 상권 7장의 판관 사무엘 이야기는 신명기계 역사가의 이상적인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그것은 백성이 하느님께 충실하고, 지도자는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중개자가 되며, 하느님께서는 몸소 백성을 지켜주시는 세상입니다.

 

판관 사무엘의 일생에 대해 언급한 7장에는 사울이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왕정 설립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는 8~12장에서는 사무엘과 사울의 관계가 중요한 주제로 등장합니다. 이번 순례에서는 8장의 내용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이 사무엘에게 왕정을 요구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으로 소개되는 것은 판관들의 리더십의 실패였습니다. 사무엘의 맏아들 요엘과 둘째 아들 아비야가 브에르 세바에서 판관으로 일하였는데 그들은 사무엘의 길을 걷지 않고 뇌물을 받아 판결을 잘못 내렸습니다. 둘째 요인은 필리스티아인들의 공격에 맞서 싸울 강력한 군사력과 날로 확대되어 가는 상권을 보호해 줄 중앙 집중적인 지배 체제의 필요성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점차로 국가적인 틀을 갖추어 가기 시작한 주변의 민족들처럼 그들을 통치할 임금을 세워달라고 사무엘에게 요구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이 요구가 하느님의 주권을 거부하는 것으로 여겨 마음이 언짢았지만 주님께서는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되 임금의 권한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무엘은 임금이 그들에게 세금과 징집, 강제 노역을 부과할 것이며, 그들의 사유재산을 몰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지만, 백성들은 이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고 계속해서 임금을 세워달라고 요구합니다. 사무엘이 다시 주님께 호소하자 주님께서는 백성이 요구하는 대로 왕정의 도입을 허락하십니다. 이렇게 하여 이스라엘의 첫 임금인 사울이 등장하게 됩니다. 다음 순례에서는 사울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9월 10일(가해) 연중 제23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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