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31] 에페소 선교와 예수님의 세례(18,23-19,10) 사도행전은 이제 바오로의 세 번째 선교 여행(18,23-20,38) 이야기를 전합니다. 바오로의 모든 업적은 이 세 번째 여정 안에서 대부분 성취됩니다. 특히 세 번째 선교 여행은 두 번째 여행 때 가로막혀 있던 에페소가 중심이 됩니다. 이번 선교 여행은 새로운 지방에 교회를 설립하기보다는 이미 첫 번째, 두 번째 선교 여행 때 설립해 놓은 교회들을 순회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을 굳게 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루카는 바오로의 에페소 선교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에페소와 관련된 짤막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아폴로라는 인물이 행한 선교 활동과 관련한 것입니다. 그는 성경에 정통한 사람이며, 주님의 길을 배워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열정을 가지고 예수님에 관한 일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했지만, 요한의 세례만을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는 성령을 통한 세례를 알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아폴로는 코린토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왜냐하면 코린토 첫째 서간을 보면, ‘나는 아폴로 편이다.’(1코린 3,4)라며 사람들이 아폴로를 중심으로 어떤 파벌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오로가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1코린 3,6)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어떻게든 코린토 신자들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성령에 관해 배운 다음에야 제대로 주님의 길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아폴로와 에페소 신자들이 알고 있던 요한의 세례와 성령의 세례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하겠습니다. 회개의 세례는 세례자 요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물로 이루어진 세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인들의 세례는 물과 성령을 통한 세례입니다. 물의 세례는 회개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만, 물과 성령을 통한 세례는 새로운 생명과 삶을 받는 새로 태어남의 세례입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이 성령의 세례로 인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로마 8,15)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나타나 사명을 부여하시면서 하신 말씀을 전해 줍니다.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 여기서 ‘숨을 불어 넣는 것’은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사람이 생명체’(창세 2,7)가 된 아담의 창조를 연상시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의 세례는 영을 통한 새로운 창조를 가리킵니다. 결국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의 세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고, 성령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아폴로의 선교는 완전한 선교가 아닌 과도기적인 선교였습니다. 이 선교는 바오로가 에페소로 와서 신자들에게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안수를 통해 성령의 세례를 베풀면서 완성됩니다. 우리는 성령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고, 성령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2023년 9월 24일(가해) 연중 제25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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