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사울의 등장(1사무 9,1-10,27) 우리는 여전히 벤야민 지파의 땅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번 순례에서 우리가 만날 인물은 사울인데, 그는 벤야민 지파에 속한 사람이며, 그의 집은 기브아라는 곳에 있습니다. 기브아는 한 레위인의 소실을 집단 강간하여 죽게 한 만행이 일어났던 곳(판관 19장 참조)이며, 사울이 임금이 되어 22년간 통치하였던 이스라엘 왕국의 첫 번째 수도이기도 합니다.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사울은 힘센 용사인 키스의 아들로 키가 크고 잘 생긴 젊은이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암나귀들이 없어지자 나귀들을 찾으러 나섰다가 선견자인 사무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을 만나기 전에 이미 주님께서는 그에게 사울을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사무엘은 사울을 만나자 온 이스라엘의 기대가 그대와 그대 집안에 걸려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사울은 자신은 이스라엘 지파 가운데 가장 작은 벤야민 지파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씨족 출신인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되묻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사무엘은 비밀리에 사울에게 기름을 붓고 입을 맞추며, “주님께서 당신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그분의 소유인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려 주었습니다. 벤야민의 첼사에 있는 라헬의 무덤 근처에서 두 사람을 만날 것이며, 그들이 사울의 아버지가 암나귀들을 찾았지만 아들을 걱정한다는 소식을 전해줄 것이며, 타보르의 참나무에 이르렀을 때 하느님을 예배하러 베텔로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만날 터인데 그들이 그에게 빵 두 덩이를 주면 받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브아 엘로힘 산당에서 내려오는 예언자 무리를 만날 텐데 그들은 악기가 연주되는 가운데 황홀경에 빠져 예언을 할 것이며, 사울에게도 주님의 영이 들이닥쳐 황홀경에 빠져 예언하면서 딴 사람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세 가지 표징이 모두 일어나면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하신다는 뜻이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라고 말하며, 길갈로 내려가 이레 동안 그를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곳에서 사무엘이 제사를 바친 후 사울이 할 일을 알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과연 사무엘이 말한 모든 것이 그대로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울이 비밀리에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도유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이 일은 오직 사무엘과 사울만이 아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10장 17-27절은 사울이 미츠파의 집회에서 공적으로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선출된 사건을 서술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1사무 8,22에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지금까지 그들을 원수의 손아귀에서 건져주신 하느님을 배척하고 임금을 세워 줄 것을 요구하는 백성들을 미츠파에 모이게 한 후 사무엘은 제비뽑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지파와 씨족별로 주님 앞에 나와 서서 제비뽑기를 하였고, 이때 벤야민 지파의 사울이 뽑혔습니다. 사무엘이 온 백성 가운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고 말하자 백성은 “임금님 만세”로 환호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왕정의 권한을 설명하고 그것을 책에 적어 주님 앞에 두고, 백성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사울은 기브아로 돌아갔고, 하느님께서 마음을 움직여 주신 용사들도 그와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몇몇 불량한 자들이 사울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저자가 어떻게 우리를 구할 수 있으랴?” 하고 말합니다. 사울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울이 이스라엘의 첫 임금으로서 백성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또 다른 표징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11장에서 소개될 것입니다. 아무튼 사울은 사적으로, 또 미츠파 집회에서 공적으로 하느님께서 그를 임금으로 선택하신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사울은 하느님의 선택에 대한 깊은 확신을 가졌던 인물일까요? 또 그런 확신은 어떤 삶의 태도로 드러나야 할까요? [2023년 9월 24일(가해) 연중 제25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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