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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읽기37: 유다인들의 고발과 바오로의 투옥(사도 23,12-24,27)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6 조회수327 추천수0

[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37] 유다인들의 고발과 바오로의 투옥(23,12-24,27)

 

 

우리는 자신의 실수와 거짓을 감추기 위해 맹세하는 이들을 보곤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산상설교를 통해 아예 맹세하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하늘을 두고도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우리가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길 원하십니다.(마태 5,34-37 참조) 바오로를 향한 유다인들의 맹세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를 심문했던 최고 의회의 유다인들은 바오로를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다고 하느님을 두고 맹세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그들의 맹세는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맹세가 아닙니다. 자신들의 수치와 잘못을 덮기 위한 맹세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은 그들의 맹세를 헛된 것으로 만들어 버리십니다. 오히려 그들의 맹세를 이용해, 바오로를 카이사리아로 보내어 로마 여정의 초석을 만드십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일은 오묘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하느님은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고 사람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결국 인간적 속단은 하느님이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실수일 수 있습니다.

 

이제 유다인과 바오로가 카이사리아 총독인 펠릭스 앞에서 설전을 벌입니다. 설전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길에 대한 것입니다. 최고 의회가 고용한 법률가 테르틸로스는 바오로가 나자렛 분파라고 하는 새로운 길의 괴수라는 사실과 유다인 사이의 마찰 문제를 고발합니다. 이에 바오로는 그들의 주장에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면서, 그들이 말한 새로운 길이란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사실을 믿는 유다교의 계승에 관한 것이라 항변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죽은 이들의 부활 때문에 재판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총독 펠릭스는 자신의 유다인 부인 덕분에 그들이 논쟁하는 새로운 길에 대해서도 알고, 바오로가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사실도 압니다. 그러나 그는 유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판결을 내리지 않고, 바오로를 감옥에 가둔 채 재판을 연기합니다. 이 상황은 바오로에게 또 다른 복음 선포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바로 펠릭스와 그의 아내 드루실라를 향한 복음 선포입니다. 여기서 루카는 바오로가 전한 복음이 ‘의로움과 절제와 다가오는 심판’(24,25)에 관한 것임을 언급합니다. 이전까지 복음 선포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었는데, 여기서는 다른 주제를 다룹니다. 이는 총독 펠릭스의 삶과 연관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는 의롭지도 못했고, 특히 여러 왕비와 결혼한, 절제가 부족한 인물이었습니다.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펠릭스는 드루실라를 포함해 세 명의 여인을 자신의 부인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결국 바오로가 선포한 내용은 펠릭스의 과거 삶이었고, 이를 들은 펠릭스는 두려움만을 느낀 채 회개하지도 않고 복음을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루카는 세례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회개의 삶임을 강조한 듯 합니다.

 

우리의 세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을 붓고, 성유를 바르는 의식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삶을 끊어내고 그리스도 안에서 의로움과 절제를 추구하는 새 삶을 살아가는 회개의 삶이 더욱 중요합니다.

 

[2023년 11월 26일(가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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