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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50: 아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05 조회수405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0) 아가


남녀의 사랑에서 하느님 사랑을 보다

 

 

- 아가는 구약 성경에서 유일하게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이다. 아가는 진정한 육체적 사랑을 계약의 언어와 함께 서술하는 데 이는 당신 백성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사진은 뉴욕의 한 신혼부부가 교회 안에서 혼인성사를 받고 있다. OSV

 

 

아가의 히브리어 타낙 성경 명칭은 ‘쉬르 핫쉬림’입니다. 쉬르 핫쉬림은 우리말로 ‘노래 중의 노래’,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 성경은 아가를 성문서로 분류해 ‘룻기’와 ‘코헬렛’ 사이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쉬르 핫쉬림을 직역해 ‘Ασμα Ασματων’(아스마 아스마톤)으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 역시 ‘Canticum Canticorum’(칸티쿰 칸티코룸)으로 표기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아가’(雅歌)라고 부릅니다. ‘지고한 노래’, 곧 최고로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성경」은 가톨릭교회의 성경 분류법에 따라 아가를 ‘시서와 지혜서’로 분류하고 코헬렛과 지혜서 사이에 편집해 놓았습니다.

 

아가는 8개 장으로 이루어진 ‘사랑 노래 선집’ 곧 연가집(戀歌集)입니다. 아가 표제는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아가 1,1)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유다교는 전통적으로 솔로몬이 아가의 저자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성경학자들은 솔로몬이 아가의 저자가 아니라는 견해를 분명히 합니다. 아가에는 ‘티르차’(아가 6,4)라는 고대 도시가 등장할 뿐 아니라, 페르시아와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단어가 나오기 때문입니다.(아가 1,6.7.11.17; 2,9.11.13; 3,2.8; 7,3 참조)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아가가 이스라엘 초기 역사에서 최종 편집 시기인 기원전 3세기까지 유다인들에게 잘 알려졌던 사랑의 노래를 집대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아가는 구약 성경에서 유일하게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책입니다. 하느님과 율법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오로지 남녀의 관능적 사랑을 노래하는 아가가 구약 성경 정경으로 선정된 것은 표제에 언급된 솔로몬의 이름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아가의 저술 편집 장소는 팔레스티나 입니다. 아가는 사랑의 배경 장소로 예루살렘(1,5; 2,7; 3,5.10; 5,8.16; 8,4), 시온산(3,11), 다윗 탑(4,4), 엔 게디 포도원(1,14), 사론 평야 (2,1), 길앗 비탈(4,1; 6,5), 티르차(6,4) 등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는 약속의 땅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이상적인 사랑의 장소로 제시합니다.

 

아가는 유다교 축제 때 읽히는 다섯 두루마리 ‘멜길롯’(룻기ㆍ아가ㆍ코헬렛ㆍ애가ㆍ에스테르기) 중의 한 권입니다. 아가는 서기 6세기께부터 유다인들의 가장 중요한 축제인 파스카 축제 때에 읽도록 선정됐습니다. 아가가 파스카 축제 때 읽히게 된 이유는 아마도 아가에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와 파스카 때 기억하는 하느님 사랑이 유사하며, 아가의 배경이 되는 계절이 파스카 계절인 ‘봄’이기 때문이라고 성경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아가는 성경학자들의 관점에 따라 크게 우의(寓意)ㆍ제의(祭儀)ㆍ자의(字義)ㆍ극(劇)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의적 해석은 유다인과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날까지 즐겨 사용하는 가장 오래된 해석 방법으로 신랑인 하느님과 신부인 이스라엘 사이의 사랑, 또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제의적 해석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 의식의 찬미가로 보는 관점입니다. 고대 근동인들은 남신과 여신의 성혼을 통해 새해의 풍요와 다산을 촉진한다고 믿었습니다. 농경 사회의 축제였던 누룩 없는 빵의 축제가 파스카의 역사적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재해석됐듯이 다소간의 수정을 거쳐 이교의 풍요 다산을 비는 제의가 이스라엘 신앙에 적용됐다고 봅니다.

 

자의적 해석은 말 그대로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근래의 해석 관점으로 남녀의 깊은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극적 해석은 아가를 일종의 연애극으로 이해하는 관점입니다. 아가는 성 그 자체보다는 사랑에 대한 충실성과 성실성에 더 관심이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이 책을 솔직 담백한 사랑의 묘사로 이해합니다. 이러한 해석상의 어려움 때문에 아가 안에 들어 있는 노래들을 구체적으로 누가 불렀는지 분명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아가’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아가의 사랑은 인간적인 것으로서 성적이며 동시에 거룩한 것일 수 있다. … 인간적인 사랑을 하느님의 선한 창조 사업 안에서 그 자체로서 목적을 지닌 것으로 서술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 아가는 완전히 탈신성화한 사랑 곧 극히 인간적인 현상으로서 성과 사랑을 노래한다. 이는 성의 신성화, 또는 신을 성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던 구약 성경의 종교적 입장에서 볼 때, 신학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는 공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시 사람들이 갈구하던 자연의 풍요 역시 인간들이 대행한 신적인 성의 재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백성과 사랑의 계약을 맺으신 주 하느님, 그분 홀로 성취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가는 진정한 육체적 사랑을 계약의 언어와 함께 서술하는 데 이는 당신 백성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려는 것이다.”(「주석 성경」 1850쪽)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2월 3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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