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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드온과 군사 300명의 승리 뒤엔 하느님 도우심이 카테고리 | 성경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2 조회수2,913 추천수0 신고

[이스라엘 이야기] 판관 기드온


기드온과 군사 300명의 승리 뒤엔 하느님 도우심이

 

 

기드온은 므나쎄 출신 판관이다. 판관기가 전반적으로 그랬지만, 그는 무척 혼란한 시대를 살았다. 하느님께 충실하지 못한 죄로, 이스라엘이 노동한 대가를 거둬들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백성이 씨를 뿌려 놓으면, 미디안과 이민족들이 올라와 양식을 하나도 남겨 놓지 않았다고 한다.(판관 6,3-4) 기드온이 판관으로 세워진 사연은 퍽 특이하다. 오프라에 있는 집에서 적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밀을 몰래 떨고 있는데, 향엽나무 아래에서 천사가 주님의 메시지를 전한다. 향엽나무의 히브리어 이름은 ‘엘라’인데, 이름 안에 하느님을 뜻하는 ‘엘’이 포함돼 있어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다. 그러니 천사가 향엽나무 아래에 나타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런 신성 때문에 향엽나무는 우상 숭배 장소로 타락하기도 했다.(에제 6,13; 호세 4,13 참조) 기드온의 향엽나무 밑에도, 그가 무너뜨리기 전까지 바알 제단이 있었던 것이다.(판관 6,25 참조) 처음에는 기드온이 천사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구약 시대 천사는 대개 평범한 모습으로 발현했기에 뒤늦게야 정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도 아들에 대한 수태고지를 전해준 이가 천사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제단 불길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판관 13,16.20-21) 기드온도 천사에게 그가 하느님의 전령임을 확인해주는 징표를 달라고 청한다. 이에 천사는 돌에서 불이 나오게 하여 기드온이 놓은 고기와 빵을 불살라 자기 정체를 증명해 준다.(판관 6,20-22)

 

당시 미디안이 진영을 꾸린 곳은 모래 언덕 아래 평야였다. 갈릴래아 지방을 지날 때마다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기드온은 그 맞은편 하롯 샘에 진을 쳤다.(판관 7,1) 미디안은 어떤 민족이었나? 아브라함과 그의 둘째 부인 크투라의 후손으로서, 본디 동방 땅에 살았다고 한다.(창세 25,1-6) 이스라엘 기준에서 동방이니, 지금의 요르단 동쪽 광야 방향이다. 그러다가 미디안이 남쪽 시나이 광야까지 유랑해 내려간 듯하다. 모세의 장인 이트로가 미디안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탈출 2,15-21) 그런데 흥미롭게도 기드온 바로 전인 드보라 시대에 가나안 장군 시스라를 쓰러뜨린 이도 미디안과 관계 있는 카인족 야엘이었다.(판관 4장) 카인족은 모세 장인의 후손이다.(판관 4,11) 그러니 이스라엘을 도와주던 미디안이 기드온 시대에 위협 세력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국제 관계라는 것이 좋았다가도 얼어붙듯, 미디안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비슷한 기복이 있었던 듯하다.

 

과학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도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 탓에 걱정이 많지만, 고대에는 땅의 소출을 잃는 건 민족의 미래를 위협하는 큰일이었다. 기드온은 군사 삼백을 추려 미디안 제압에 나선다. 군대가 너무 크면 이스라엘이 자기가 강해서 승리했다고 자만할 수 있으므로, 하느님이 숫자를 제한하셨다. 하롯 샘에서 물을 개처럼 핥아먹는 삼백 명만 뽑으셨다.(7,2-7) 사실 무릎을 꿇고 물을 떠먹는 병사가 뒤에 매복한 적도 살필 수 있어 더 노련하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일부러 노련하지 않은 병사들로 골라, 전쟁을 승리로 이끄실 주체가 당신임을 알리려 하셨다. 기드온이 적을 제압하는 방법도 독특했다. 삼백 군사와 함께 밤에 기습 공격하면서, 단지를 깨고 나팔을 불며 적을 교란시켰던 것이다. 미디안은 혼란에 빠져 한동안 자기들끼리 쳐 죽이다가, 자기들이 쳐들어온 방향인 요르단 동쪽으로 도망친다.(7,22) 기드온은 므나쎄를 비롯하여 납탈리, 아세르, 에프라임 지파까지 동원해 끝까지 추격했으며, 참패한 미디안은 그 이후로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않게 되었다. 성경은 주님이 미디안을 꺾으신 이 공적을 두고두고 치하한다.(이사 9,3; 10,26; 시편 83,10 참조) 하지만 이스라엘은 주님이 우려하신 바대로, 승리의 근원이신 주님보다 기드온에게 주목하며 그를 임금으로 세우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물론 기드온이 자기 분수를 알고 권력은 사양하지만, 대가로 백성에게 전리품을 요구하는 욕심을 보인다.(판관 8,22-28) 지역 유지들의 딸들도 아내로 맞아 아들을 일흔이나 낳는다.(8,30 참조) 씨족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 억눌리던 옛 한이 터진 탓일까? 마지막에 범한 이 어리석은 행위는 결국 자기 집안에 올가미가 되어 돌아오게 되었다.(8,27) 그리고 이런 기드온의 실수는, 시작하는 재주가 위대해도 마무리 짓는 재주가 더 위대하다는 속담을 되새기게 한다.

 

* 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29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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