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1) 아모스서
권력자들이여, 가난하고 힘없는 이를 보호하라 - 아모스는 첫 번째 저술 예언자로 북 왕국 이스라엘의 부자와 권력자들, 사제들에게 경신례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권리를 밝히는 율법을 상기시키며 이스라엘 멸망을 예언했다. ‘아모스 예언자’. 히브리어 구약 성경 「타낙」은 아모스서를 요엘서 다음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이유는 두 책이 메뚜기, 재앙, 불, 경신례 탄원, 주님의 날, ‘시온에’라는 표현 등 유사점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모스서는 요엘서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 8세기께 저술된 책입니다. 아모스는 ‘아모스야’를 줄인 말일 것이라고 성경학자들은 추측합니다. 아모스야는 우리말로 ‘야훼께서 (짐을) 들어주신다’, ‘야훼께서 (짐을) 짊어져 주신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과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히브리어 ‘아모스’를 음차해 ‘Αμωs’, ‘Amos’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아모스서’라 표기합니다. 아모스는 첫 번째 저술 예언자입니다. 저술 예언자는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구약 성경 경전 안에 자신이 활동한 예언 내용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예언자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저술 예언자들의 경전은 예언자 자신이 아니라, 대부분 그 제자들의 작품입니다. 구약 왕정 시대 예언 운동이 먼저 발전한 곳은 북 왕국 이스라엘입니다. 저술 예언자 시대 이전의 엘리야와 엘리사 예언자도 북 왕국 이스라엘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저술 예언자로서 북 왕국에서 활동한 예언자는 아모스와 호세아 둘뿐입니다. 아모스는 호세아보다 약 10년 먼저 예언자로서 활동했습니다. 예언 운동이 먼저 시작됐지만, 예언자들이 적은 이유는 기원전 586년 멸망한 남 왕국 유다보다 136년이나 앞선 기원전 722년에 북 왕국 이스라엘이 멸망했기 때문입니다. 아모스 예언자는 트코아에서 목양업과 돌무화과 나무를 재배하던 사람이었습니다.(1,1; 7,14 참조)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 역사뿐 아니라 주변 민족사도 잘 알고 있고, 법 지식도 남다른 사람이었습니다.(2,6-8; 8,4-6) 아울러 아모스는 자신이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다만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에게 예언하여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뿐이라고 자기 신원을 밝힙니다.(7,14-15) 트코아는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약 18㎞ 떨어진 유다의 작은 마을입니다. 남 왕국 유다 사람인 그가 북 왕국 이스라엘에서 예언 활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하느님께서 유다인이든 이스라엘 사람이든 당신 백성 모두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비록 유다와 이스라엘 두 왕국으로 갈라졌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내 백성”(7,15)이라 부르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유다 사람 아모스를 당신 예언자로 부르시어 이스라엘에 파견하셨습니다. 이렇게 농축산업을 하던 아모스는 고향을 떠나 북 왕국 이스라엘 베텔에서 예언자로 활동합니다. 베텔은 예루살렘 성전과 경쟁해 북 왕국 이스라엘의 성소로 신전이 지어진 곳이죠. 아모스가 활동한 시기는 대략 기원전 760~750년께로 추정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여호아스의 아들 예로보암 2세 임금(기원전 787~747년 재위)이 통치하고 있을 때입니다. 예로보암 2세는 태평성대를 누렸습니다. 이스라엘 영토는 최대로 확장됐고, 외교적으로 안정과 평화가 지속했습니다. 농업과 수공업이 번창했고, 주변국과의 교역도 활발했습니다. 부정부패도 만연했습니다. 권력자들의 억압과 착취로 백성들은 가난을 면치 못했습니다.(4,1; 5,12) 무엇보다 종교 타락이 극치를 달렸습니다. 베텔에 왕실 신전을, 단과 길갈에 여러 신당을 세워 송아지상을 안치하고 우상을 섬겼습니다.(4,4; 5.5; 8,14) 북 왕국 이스라엘은 예로보암 2세 임금이 죽은 지 25년 만에 아시리아에 패망합니다. 그 사이 임금이 여섯이나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폐위되거나 암살되었지요. 이스라엘이 예로보암 2세 사후 파국으로 치달은 까닭은 아시리아 때문이었습니다. 아시리아의 영향력이 미치자 이스라엘 정치권이 친아시리아파와 반아시리아 세력으로 갈라져 끝없는 모반을 일으켜 국력을 소진시키고 말았죠. 아모스서는 머리글(1,1)과 짧은 서론(1,2), 이스라엘 주변의 일곱 국가를 향한 심판 선포(1,3-2,16),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신탁(3-6장), 다섯 환시(7,1-9,10), 맺음말(9,11-15)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다섯 환시(7-9장)에서 예언자가 자신에 관해서 단수 1인칭으로 말하는 부분들은 아모스가 직접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아모스서는 하느님의 권능과 정의가 모든 민족에게 퍼져나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주님의 영원한 우선적 사랑을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아모스서는 부자와 권력자들, 사제들에게 경신례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율법을 상기시킵니다. 아모스의 이 신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확연하게 선포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아모스서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형식적으로 제사를 바치면서도 마음으로는 하느님을 찾으려 하지 않아 미래가 없고, 남은 것은 멸망뿐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회개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면 구원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성경학자들은 이스라엘의 회복과 구원에 관한 아모스의 마지막 신탁은 그가 직접 선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2월 2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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