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5)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 - 렘브란트의 십계명판을 들고 있는 모세 중고등부 시절 소풍과 단체 영화관람은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다. 당시 대작들로 꼽히는 유명한 작품들을 단체 영화관람으로 많이 보았다. 여학교에서 같은 시간에 관람 계획이 잡히면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온 학교가 술렁거리기도 했다. 찰턴 헤스턴이 모세로 출연한 영화 ‘십계’도 보았지만, 사실 그때는 성경의 배경을 잘 모르니 어떤 영화였는지 이해가 쉽지 않았다. 다만 흰 수염이 긴 모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홍해가 갈라져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기둥 사이로 탈출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세가 지도자가 되어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모세는 지금도 이스라엘 백성에게 민족의 구원자로 추앙받는 위대한 인물이다. 성경 공부를 하면서 탈출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역사 한가운데 있는 모세를 묵상하면서 이스라엘의 백성을 처음으로 세계사에서 탄생시킨 장본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탈출기 전반을 읽어보면 이집트에 내려간 야곱의 일가는 평화롭게 생활했지만, 시간이 흘러 요셉을 모르는 새 파라오가 등장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우선 이집트로 내려온 이스라엘 사람들의 숫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늘어나자 파라오는 위협을 느꼈다. 이스라엘인을 박해하고 남자아이들마저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모세의 어머니는 아들을 바구니에 넣어 강물에 띄워 보냈고 마침 강가에 나온 파라오 딸의 눈에 띄어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인데도 자신의 양자로 삼았다. 모세는 약 35년간 이집트 궁정에서 왕손으로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모세는 어디까지나 이스라엘 사람이었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이집트 자체를 뒤덮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최악의 상태로 박해를 받고 있을 때 태어났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세는 자신이 이집트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모세는 파라오 람세스의 신임을 쌓고 지냈다. 어느 날 동족인 노예들을 박해하는 이집트 경비병과 시비가 붙어 그를 죽였다. 졸지에 모세는 광야로 피신해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역사를 뒤바꾸는 엄청난 사건의 시작이었다. 광야에서의 인생 여정은 모세가 히브리 민족의 지도자가 되는 특급 수업 과정이 되었다. 광야에서 하느님은 모세에게 히브리 백성들을 구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도록 계시를 내린다. 모세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펄쩍 뛰며 거절했다. 그러자 하느님은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라며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땅 탈출이라는 ‘임파서블’한 명령을 내렸다. 모세는 진정으로 자신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은 다르다. 하느님은 인간의 결점까지도 이용하시어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다. [가톨릭신문, 2024년 4월 7일,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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