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스바니야서 스바니야는 ‘주님께서 숨겨주신다. 피신시켜 주신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바니야서는 역사적으로 아시리아 멸망 이후 바빌론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남유다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장 1절에 보면 “유다 임금 요시아 때에 스바니야에게 내린 주님의 말씀”이라는 대목에서도 스바니야서의 역사적 배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요시아 임금은 BC622년에 종교 개혁을 단행합니다. 열왕기 하권 23상에서 자세히 나와 있는 것처럼 요시아 임금은 우상숭배를 하는 사제들을 내쫓고 가나안의 토착신앙인 바알과 아세라에게 분향하던 자들도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이방신의 신상과 제단을 모아서 키드론 골짜기에서 불태우는 등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향한 굳은 신앙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스바니야 예언서는 크게 4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먼저 1장 1절-2장 3절에서 스바니야 예언자는 유다와 예루살렘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여호수아의 인도하에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되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준 하느님 뿐만 아니라 가나안 땅의 토착 신앙도 받아들여 함께 섬기는 혼합주의적인 신앙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스라엘 곳곳에는 이방 신들에게 제사를 바치는 신전이 있었고 이에 봉사하는 사제들이 있었습니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바알신 등 우상숭배에 빠져서 그들에게 제사를 봉헌하거나 천체 숭배를 하는 메소포타미아 종교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심판을 선언합니다. 스바니야는 “그날은 분노의 날 환난과 고난의 날 파멸과 파괴의 날 어둠과 암흑의 날 구름과 먹구름의 날이다. 견고한 성읍과 드높은 망대를 향하여 뿔 나팔 소리와 전쟁의 함성이 터지는 날이다.”(1,15-16)라고 말하면서 주님의 날을 선포합니다. 주님의 날은 아모스나 나훔, 요엘 예언자가 언급한 것처럼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심판의 날이며 파멸의 날입니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이처럼 주님의 날을 선포한 다음 뒤이어 회개하라고 사람들에게 선언합니다. 주님의 분노가 들이닥치기 전에 주님을 찾고 의로움과 겸손함을 찾으라고 말함으로써 죄와 잘못에서 돌아서 한 분이신 하느님께 돌아오라고 촉구합니다. 뒤이어 2장 4-15절은 필리스티아, 모압, 암몬, 에티오피아, 아시리아 등 이방 국가들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신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필리스티아는 이스라엘의 서쪽, 모압과 암몬은 이스라엘의 동쪽, 에티오피아와 아시리아는 각각 남쪽과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바니야 예언자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모든 나라들에 대한 심판의 신탁을 전함으로써 하느님의 주권이 이스라엘을 넘어서서 모든 민족에게 미치며,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두려우신 분으로 드러나실 것이다. 정녕 그분께서는 세상의 신들을 모두 사라지게 하실 것이다. 모든 섬나라 민족들이 저마다 제고장에서 그분을 경배할 것이다.”(2.11)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방 민족들이 섬기는 신들이 아니라 하느님만이 참 하느님이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장 1-8절은 예루살렘을 향한 하느님의 단죄와 이방 국가들에 대한 고발이 이어집니다. 먼저 예루살렘의 지도자, 대신들, 판관들, 예언자들, 사제들에 대한 단죄가 선언됩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백성들을 착취하였으며, 종교 지도자들은 거짓 예언과 이방 종교와의 혼합주의로 인해 율법을 어겼고, 거룩한 하느님의 성소를 모독하였습니다. 공정을 펴시는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수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당신의 분노를 드러내십니다. 그리고 이방 민족들과 그들의 나라에도 하느님의 심판을 드리우심으로써 온 세상이 하느님의 주권 아래에 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스바니야 예언자는 3장 9-20절에서 민족들의 회개와 이스라엘의 회개를 선언하고 예루살렘의 재건을 예언합니다. 가난하고 가련한 백성들은 주님의 이름 아래에 피신하고, 하느님을 충실히 섬긴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은 구원을 위한 희망의 불씨가 됩니다. 이를 통해서 스바니야 예언서는 남은 자들의 삶, 즉 하느님만을 섬기고 율법을 지키며 악을 멀리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심판을 받지 않고 구원받는 길이라는 것을 전해줍니다. 이때 구원의 씨앗이 되는 “나는 네 한가운데에 가난하고 가련한 백성을 남기리니”(3,12)라는 구절의 ‘남은 자들’은 훗날 남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바빌론 유배를 겪게 될 때 이스라엘 백성에게 커다란 희망이 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4년 5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행정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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