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78)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사도적 정통성 드러내고 삼위일체 신앙 고백 -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2서를 통해 자신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사도임을 밝히면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한다. 바오로 사도가 활동했던 당시 고대 코린토 유적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이하 코린토 2서)은 바오로 사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오로 사도의 감성과 성격이 서간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2서에서 자신의 사도직이 정통하고 합법하다 주장하며 코린토 신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려 합니다. 코린토 2서는 ‘코린토에 있는 하느님의 교회와 온 아카이아에 있는 모든 성도’에게 ‘바오로 사도와 티모테오’가 공동명의로 보낸 서간입니다.(1,1; 로마 16,21 참조) 하지만 실제 저자는 코린토 1서와 마찬가지로 바오로 사도 자신입니다. 아카이아는 로마 제국의 속주로, 이 지방의 수도가 코린토입니다. 그래서 코린토 1·2서의 수신인은 일반적으로 ‘코린토 교회를 중심으로 한 아카이아 지방의 모든 신자’라 하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사도의 권위’로 코린토 1서를 써보내 코린토 신자들이 겪는 갈등과 교리적 의문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코린토 신자는 바오로 사도가 선포한 복음 내용과 맞지 않는 가르침을 전하면서 그의 사도직을 부인합니다. ‘바오로의 적대자들’인 그들은 유다계 출신으로(11,22-23) 코린토 교회에 몰래 들어와 새로운 가르침을 제시하면서 바오로 사도의 위상을 퇴색시켰습니다. 그들은 “그의 편지는 무게가 있고 힘차지만 직접 대면하면 그의 몸이 약하고 말도 보잘것없다”(10,10)며 바오로 사도를 헐뜯었지요. 이에 바오로 사도는 “그 특출하다는 사도들”이라 비꼬며 그들을 자신만을 내세우는 ‘거짓 사도들’이라 혹평했습니다.(11,5-15) 바오로 사도가 ‘거짓 사도들’이라고 비난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코린토 2서는 이들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고 있진 않지만, 성경학자들은 다음의 부류를 지목합니다. 먼저 그리스도교를 유다교화하려는 이들(11,21-23)로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뿐 아니라 할례와 정결례 등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자들, 두 번째는 영지주의자들로 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니라 자신들의 광신적 생각과 이론을 전파하는 무리입니다.(12,12.21) 세 번째로는 신적인 영을 지닌 자로 자처하는 유다계 유랑 선교사들입니다. 이들은 바오로 사도 일행과 다르게 복음을 선포한 자들입니다.(10,12-18; 11,4) 마지막으로 자신을 사도들의 위임을 받은 자들이라고 과시하며 남을 속이려고 일삼는 자들입니다.(11,13) 코린토 신자들은 이들의 사주를 받아 코린토 교회 설립자인 바오로 사도의 사도직을 부인하고 티토의 일행(12,17-18)을 거부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에서 코린토로 가서 얼마간 머물지만, 사도로서의 위상과 존재의 중요성이 퇴색되고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에 부닥치자 결국 코린토를 떠납니다.(2,5-11; 7,2)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를 포기하지 않고 ‘매우 괴롭고 답답한 마음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며 쓴 편지’(‘눈물 서간’)를 티토 편으로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냅니다.(2,1-4; 7,8) 그 결과 코린토 신자 대부분은 바오로 사도에게로 돌아섭니다. 이에 바오로 사도는 마케도니아에서 용서와 화해로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한 편지(‘화해 서간’)를 코린토 신자들에게 다시 보냅니다. 이 2통의 편지를 하나로 엮은 코린토 2서가 경전 목록에 오릅니다. 이를 헬라어 신약 성경은 ‘Προs Κορινθιουs Β’(프로스 코린티우스 베타),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Ad Corinthios Ⅱ’,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으로 표기합니다. 성경학자들은 코린토 2서가 바오로 사도의 제3차 선교 여행이 끝날 무렵인 56년이나 57년 말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코린토 2서는 13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인사말과 위로와 당부’(1,1-11), ‘화해 서간’(1,12-7,16),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모금’(8,1-9,15), ‘눈물 서간’(10,1-13,10)으로 구분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서로 격려하며 평화롭게 살자고 인사합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코린토 방문을 연기한 것은 신자들을 아끼기에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합니다.(1,12-2,13) 그러면서 자신은 ‘새 계약의 일꾼’(3,6)인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화해의 직분’(5,18)에 충실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즐겨 받아 왔다고 회고합니다. 그러면서 코린토 신자들에게 교회의 위기를 잘 극복해줘 기쁘다고 합니다.(7,5-16 참조) 바오로 사도는 이어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모금하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줄 것을 청합니다.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하면서 자신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고 밝힙니다.(10,1-18) 그리고 자신의 약점과 고통을 하느님의 권능과 위력을 드러내는 자랑거리로 내세웁니다.(11-12장)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2서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합니다. 그는 성부·성자·성령이 서로 다른 위격이지만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서 똑같이 함께 교회의 삶 속에 깊숙이 개입하시어 구원을 이루신다고 밝힙니다.(1,21-22; 13,13)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23일, 리길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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