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84)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주님 재림을 희망하는 삶 -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은 주님 재림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경전으로 초대 교회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한다.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 테살로니카와 베로이아 신자들에게 설교하는 모습을 담은 모자이크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이하 테살로니카 2서)은 초대교회 때부터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이하 테살로니카 1서)과 함께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신약성경 정경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19세기 들어 역사비평 방법론이 유행하면서 성경학자들 사이에서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2서를 직접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그 이유로 테살로니카 1·2서가 수신인 테살로니카 사람들의 교회, 발신인 바오로와 실바누스, 티모테오에게 하는 인사말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시기를 빕니다”로 같고, 구조와 내용이 비슷하지만 ‘주님의 재림’에 대한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테살로니카 1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근본은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삶’(1테살 1,10)이라며 “맑은 정신으로 믿음과 사랑의 갑옷을 입고 구원의 희망을 투구로 쓰라”(1테살 5,8)고 권고합니다. 그러면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재림이 임박했으니 대비하라고 충고합니다.(1테살 5,1-5 참조) 그런데 테살로니카 2서는 주님의 재림을 먼 미래의 일로 설명합니다. 주님의 재림이 있기 전에 배교자들과 무법자들이 출현하고 사탄의 작용으로 거짓 표징과 이적이 반드시 일어나는데, 아직 이런 표징들이 없기에 주님의 날이 온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합니다.(2테살 2,1-12) 이런 이유로 오늘날 대부분 성경학자는 테살로니카 2서가 테살로니카 1서를 쓸 당시 교회 상황과 다른 시기에 바오로 사도의 권위를 빌려 그의 제자들이나 협력자들 가운데 한 명이 썼을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오늘날 성경학계는 테살로니카 2서를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티모테오에게 보낸 첫째·둘째 서간, 티토에게 보낸 서간과 함께 ‘제2 바오로 서간’ 또는 ‘바오로의 차명 서간’으로 분류합니다. 물론 지금도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2서를 직접 썼다고 하는 성경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바오로 사도가 50~51년께 코린토에서 테살로니카 1서를 쓴 후 같은 장소에서 51~52년께 테살로니카 2서를 썼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반면, 오늘날 대부분 성경학자는 집필 장소는 어디인지 단정할 수 없으니 그리스도교 박해자들(1,4)과 열광주의자들(2,2)이 나타날 무렵인 80년 이후부터 1세기 말에 테살로니카 2서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테살로니카 2서가 쓰인 동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테살로니카 1서처럼 테살로니카 교회가 당면한 문제, 특히 주님의 재림 시기에 관한 신자들 사이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테살로니카 2서는 모두 3장으로 인사말(1,1-2), ‘주님 재림 시기’(1,3-2,17)와 ‘기도 요청과 게으름에 대한 경고’(3,1-15), ‘축복과 끝인사’(3,16-18)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님 재림 시기에 대한 내용은 직설법과 서술체로, 기도 요청과 게으름에 대한 경고는 명령법과 권고체로 쓰였습니다. 저자는 주님의 재림 시기 곧 종말 문제로 혼란에 빠진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거짓 예언자들에게 현혹되거나 여러 속임수에 빠지지 않도록 당부합니다. 당시 테살로니카 신자들 사이에는 주님 재림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열광주의자들의 거짓 주장이 난무했습니다. 일부 신자들은 테살로니카 1서의 바오로 사도 가르침에 따라 주님 재림이 임박했다고 여겨 종말이 이미 온 것처럼 행동했을 뿐 아니라(2,1-2) 무질서하게 살았습니다.(3,6) 일도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했습니다.(3,10-12) 사회 현실을 도외시하고 거부한 것이지요. 그래서 테살로니카 2서 저자는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가 아직 닥치지 않았으니 종말이 임박했다는 허튼 소문에 동요하지 말라고 훈계합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저자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종말의 표징’을 제시합니다. 먼저, 배교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무법자들이 나타나 신이라 자처하며 하느님의 성전에 자리 잡고 사탄의 힘을 빌려 거짓 표징과 이적을 일으키며 속임수를 쓸 것이라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거치면서 주님의 재림은 분명히 실현된다고 합니다. 종말은 “주 예수님께서 능력을 지닌 당신의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부터 나타나실 때”에 이루어지며(1,7), 재림하신 주님께서 악을 심판하고 불신자들을 책벌하실 것이며 믿는 이들을 당신 영광에 동참시키실 것입니다.(1,8-10) 따라서 참 그리스도인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과 희망을 견고히 하며 종말이 오는 그 날까지 사랑으로 질서를 지키며 좋은 일을 묵묵히 실천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합니다.(2,15-16; 3,6-13) 이처럼 테살로니카 1·2서는 모두 초대교회 신자들이 지녔던 주님 재림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전입니다. 두 서간은 “사람들을 당신께 부르시는 하느님의 사랑, 재림하시기를 바라며 신자들이 열렬히 기다리는 그리스도의 주권, 복음 선포 말씀과 공동체의 삶에서 드러나는 성령의 활발한 활동, 부활에 대한 확신, 박해를 이겨 내는 인내, 형제들과 공동체들을 굳게 결속해 주는 형제적 사랑 등을 낱낱이 보여준다. 이렇게 테살로니카 1서와 2서는 우리 신앙의 원천을 보여 준다. 그리하여 모든 세대의 그리스도인은 이 서간들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그리고 자기가 서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 신앙의 선조들이 지녔던 것과 똑같은 열정을 가지고 같은 희망 속에서 살아가라는 부르심을 늘 듣게 된다.”(「주석 성경」 783쪽)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8월 11일, 리길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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