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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만물의 영장이 행하는 공정과 정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4 조회수34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만물의 영장이 행하는 공정과 정의

 

 

이번 주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가 창조주 하느님의 축복대로(창세 1,28) 다른 피조물들을 잘 다스리고 보호하고 있는지, 임금의 직분인 공정과 정의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날입니다.

 

공정과 정의의 실천은 성경 여러 군데에서 언급되듯, 우선 임금의 직분입니다(2사무 8,15; 1열왕 10,9 등). 성경에서 말하는 공정과 정의는 그 의미하는 바가 거창할 것 같지만,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바로 타자의 몫을 부당하게 빼앗지 않는 것, 특히 수탈당하기 쉬운 약자를 착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도 유다 임금에게 이러한 주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착취당한 자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해주어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말고, 이곳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마라”(22,3; 에제 18,5.7-8 등 참조). 공정과 정의는 위기에 처한 이의 상황을 개선해 주는 것인데, 여기엔 착취자를 처벌하고 제거하는 일도 포함됩니다(시편 72,2.4; 이사 11,4). 말하자면, 공정과 정의는 ‘약자 보호’와 관련된 덕목으로,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께서 곤경에 빠진 약자를 구해 주셨듯(탈출 22,26; 시편 146,7-9 등) 지상의 임금도 피지배층에게 그렇게 하여 창조 질서를 유지하도록 받들고 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피조물 세상에서 임금과 같은 존재임은 창세 2,7에서 알려줍니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여기서 하느님께서 맨 처음 만드신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며, 인간에게만 당신의 숨을 직접 불어넣어 주심으로써 그가 만물의 영장임을 표시하셨습니다. 유다 전승에 따르면, 천지창조는 예루살렘의 성전산에서 시작되었고, 그 흙으로 주님께서 인간을 빚으셨다고 합니다. 창세 1장에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밝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람만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다.’라는 구절입니다(26-27절). 더구나 28절에서는 다른 피조물들을 다스리라는 하느님의 구체적인 축복도 받습니다. 그런데 한편, 창세 2,7은 사람이 한낱 흙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밝혀 겸손도 배우게 합니다. 또한 시편 104편은 인간을 세상의 중심이 아닌 대자연의 일부로 묘사하여 다른 피조물들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강조합니다. 창세기와 다르게 이 시편에서는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곧 인간은 피조물 세상에서 임금과 같지만,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을 본받아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약자를 수탈하지 않는, 공정과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수탈당하기 쉬운 약자란 인간을 제외한 다른 피조물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더 편하고 부유한 삶을 위해 다른 피조물의 몫과 생존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시편 104편에서 암시하듯, 세상의 피조물은 우리 인간에게 단순히 식량이나 도구가 되도록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공존하는 운명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겪는 극심한 기후 변화는 생태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왜곡된 탓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9월 1일(나해) 연중 제22주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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