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남과 북의 통합 예고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배 전후로 바빌론 땅에서 활동한 에제키엘 예언자는 구약 시대 예언자들 가운데 상징 행위를 가장 많이 보여준 인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예언자로 세워지는 과정에서 입이 함구 되었기에(에제 3,26) 상징 행위를 빈번하게 행한 점은 자연스럽습니다. 에제키엘은 총 열 가지 행위로 하느님의 뜻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어 신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요, 이 가운데 아홉은 유배를 앞둔 남왕국 유다에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었지만, 열 번째(에제 37,15-28)는 구원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열 번째 마지막 상징 행위에서 에제키엘은 나무토막 두 개를 포개는 행동을 합니다. 저마다 남북 왕조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새긴 나무토막인데, 성경에서 나무는 ‘왕권’ 또는 ‘수장’을 상징하였습니다(유다 왕실과 아시리아 제국을 “향백나무”에 비유한 에제 17,3.22-23; 31장 참조). 두 개의 나무토막은 각 왕조의 왕홀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합침으로써 남과 북의 통합을 예고하고(37,16-18), 이스라엘이 누리게 될 참 평화를 선포하려던 것입니다(25-26절). 특히 에제키엘은 두 왕국을 “이스라엘 자손들”(21절)이라는 명칭으로 한데 묶어 이들이 하나가 되리라고 암시합니다. 그가 남왕국 출신임에도 ‘유다’가 아닌 ‘이스라엘’이라는 명칭을 택한 이유는, 열두 지파의 조상인 야곱의 이름이 이스라엘이라는 데 있습니다(창세 32,29).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자손들’이라는 표현을 써서 열두 지파의 형제애를 강조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에제키엘은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 유배에서 구원받으면, 그들이 다윗의 후손 임금 아래 한 겨레가 될 뿐 아니라, 하느님과도 “평화의 계약”을 맺으리라고 예고합니다. “평화의 계약”은 고대근동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휴전을 선포할 때 맺던 것입니다. 이것이 에제키엘서에서는 종교적으로 승화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분노가 종식됨을 상징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평화의 계약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용서하시고 다시 받아들이신다는 화해의 계약인 것입니다. 이것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깨뜨린 시나이산 계약이 쇄신되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계약(창세 17,7; 2사무 23,5)의 효력도 갱신되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죽음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졌던 이스라엘이 다윗의 후손을 유일한 임금으로 두고 그 아래 통합되리라는 기대는, 에제키엘과 동시대 인물이지만 그보다 조금 앞서 활동한 예레미야 예언서(23,5-6; 31,31)에 표출된 바 있고, 이보다 앞선 기원전 8세기 호세아 예언서에도 비슷하게 피력되었습니다(호세 2,2). 이런 기대감은 바빌론 유배가 끝나던 무렵까지 이어져 당시 활동한 무명의 예언자, 일명 ‘제2 이사야’의 신탁에도 반영됩니다(이사 49,6). 군인 주일을 맞이한 오늘,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힘쓰는 우리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바라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 통일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10월 13일(나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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