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임금이 배척당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1사무 13장에 보면 사울이 필리스티아인들과의 싸움에서 이긴 후 번제물을 바쳤는데, 사무엘이 이를 두고 "임금님은 왜 그런 일을 하셨습니까?"(1사무 13,11) 하면서 사울 대신에 새로운 영도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승리한 후에 번제물을 바치는 것이 왜 사울이 배척당해야 할 만큼 나쁜 일인지요? 그리고 아말렉을 친 후 아말렉의 모든 전리품을 없애라는 말에 제물로 바칠 가장 좋은 양과 소를 살려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길래 주님께서 사울을 이스라엘 위에 임금으로 세우신 일을 후회하셨을까요?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주석성경의 각주 내용을 발췌해 드리겠습니다.

7ㄴ-15ㄴ 절은 전투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10,8과 연관된 다른 일화를 소개한다. 10,8에서 사무엘은 사울에게 자신을 만날 때까지 한 주간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한 주간을 기다리라는 요청은 사울에게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기 의지에 따라 곧바로 행동하지 말고, 사무엘을 통하여 전달되는 하느님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라는 명령이었다.

사무엘이 오지 않자 군인들이 두려워 떨고 하나 둘 사울 곁을 떠나기 시작하였다(8절). 사울은 기다리다 못해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가져오게 하여 번제를 드린다. 바로 그때 사무엘이 전투에 임하려는 사울을 축복하려고 와서는(10절), 그가 한짓을 보고 노하여 호되게 꾸짖는다. 얼핏 보기에 사울의 변명은 (11-12) 정당한 듯 보인다.

사울은 한 주간을 기다리라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무엘이 나타나지 않자 군인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여 부득이 주님께 세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3절에서 사무엘은 사울에게 주님의 분부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사울은 제사와 관련하여 주님에게서 어떠한 분부도 들은 적이 없다.

여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인들은 고대 근동의 관습에 따라 성전(聖戰)에 나가기 전에 보통 주님께 제사를 지내고 (7,9) 주님의 허락을 구하였다(7,9 ; 14,8-10.37 ; 23,2.4.9-12; 28,6 ; 30,7-8; 2사무 5,19.23). 그런데 이런 일은 전투의 우두머리인 임금의 소관이 아니라 사제의 일이었다. 사울의 잘못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사제도 아니면서 사제의 고유한 권한을 침범한 것이다.

13절의 내용은 신명기계 역사가가 편집한 것이다. 사울이 순종하기만 했더라면 주님께서는 그를 다윗처럼 대대로 이어질 왕국의 기초로 삼아 주셨을 것이다(2사무 7,12 ; 1열왕 9,5). 사울은 하느님께 배척을 받고 왕위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15,26), 그의 형통도 왕직에 오를 수 없게 된다. 임금 자신이 죄를 지으면 왕직의 계승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신명기계 역사가의 생각이다. ( 발췌 끝)

그리고 아말렉을 친 후 아말렉의 모든 전리품을 없애라는 말에 제물로 바칠 가장 좋은 양과 소를 살려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길래 주님께서 사울을 이스라엘 위에 임금으로 세우신 일을 후회하셨을까요?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전쟁에서 빼앗은 것들은 모두 없애 버려야 한다(신명 13,17 참조).

신명기계 역사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였는가, 불순종하였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엘이 사울에게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을 바치는 것을 주님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까?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 보다 낫습니다. 거역하는 것은 점치는 죄와 같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우상을 섬기는 것과 같습니다."(1사무 15,22 -23 참조)

그러므로 사울은 전리품을 모두 없애 버려야 한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자기 생각대로 전리품 중에서 제물로 바칠 가장 좋은 양과 소를 살려두었지만, 사무엘의 이야기를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제사를 드리는 것보다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을 더 낫게 보신다는 점을 신명기계 역사서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계시는 부분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