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람의 아들 오늘 제1독서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다니 7,13)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여기서 “사람의 아들 같은 이”는 예수님을 예고합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자주 칭하셨지요(마태 8,20; 마르 2,10 등). 그런데 이미 구약 시대에도 이 호칭으로 일컬어진 예언자들이 있었습니다. 기원전 6세기 남왕국이 망할 무렵 활동한 에제키엘과 그 동시대 사람으로 소개되는 다니엘입니다. 다만 다니엘에게는 ‘사람의 아들’이란 호칭이 한 번만 쓰였지만(다니 8,17), 에제키엘은 시종일관 그 이름으로 불렸습니다(에제 4,1; 7,2 등). 선발 예언자인 아모스(아모 7,8)나 예레미야(예레 1,11)는 주님께서 그들 본래의 이름을 부르셨지만, 에제키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는, 에제키엘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 앞에서 한낱 인간일 뿐임을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께서 당신을 칭하신 ‘사람의 아들’과 호칭은 같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물론 이 호칭이 하느님께서 육화(肉化, incarnatio)하셨다는 의미를 포함하기에, 인성을 강조한 에제키엘의 경우와 유사한 측면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경우에는 다니 7,13에 나오는 “사람의 아들 같은 이”의 메시아적 의미를 분명히 포함합니다. 그럼에도 에제키엘은 ‘사람의 아들’이라는 호칭 말고도 예수님과 공통점을 여럿 보여 그분의 예형이 됩니다. 첫째는 에제키엘이 죄가 없는데도 동족과 함께 바빌론으로 끌려가 유배살이 해야 했듯이, 예수님께서도 인간 세상에서 유배 생활과 같은 고통을 겪으셔야 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에제키엘이 나이 서른에 예언자가 되었듯이(에제 1,1), 예수님도 공생활을 시작하신 나이가 서른이라는 점입니다(루카 3,23). 마지막으로, 에제키엘이 바빌론의 크바르강 가에 있을 때 하늘이 열려 거룩한 환시를 보았듯이(에제 1,1), 예수님의 경우도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려 성령이 임하셨다는 점입니다(마태 3,13-17 등). 특히 에제키엘이 바빌론의 강 가에서 환시를 보았다는 에제 1,1은 의미심장합니다. 당시에는 이방인들의 땅을 부정하게 생각하였으므로(에제 4,13; 아모 7,17 참조), 유배자들은 흐르는 강물을 정화수로 여겼습니다(레위 15,1-30 참조). 그래서 강 가를 기도하기에 적절한 장소로 보았습니다. 바빌론 유배자로 소개되는 다니엘도 강 가에서 환시를 보았고(다니 8,2; 10,4-5), 바빌론 유배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편 137,1도 이스라엘 유배자들이 “강 기슭”에 앉아 고향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노래합니다. 사도 16,13에 따르면, 마케도니아의 필리피에 살던 유다인들의 기도처 역시 강 옆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아들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 받으실 때 하늘이 다시 열림으로써, 이스라엘과 세상 만민은 어디에서든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열린 길을 얻게 된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11월 24일(나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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