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루카 80년을 전후로 해서 작성되었으며, 4복음서 가운데 가장 방대한 양을 지니고 있는 루카 복음서는 “테오필로스 님, 첫 번째 책에서 저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다 다루었습니다.”(사도 1,1)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도행전과 함께 한 세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루카 복음서는 이방계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된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작성된 복음서입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루카 복음서에서 전하고 있는 예수님은 철저하게 유다인 지역에서만 활동을 하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을 우선시하거나 유다인들만을 구원하신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방인들을 향한 선교를 루카 복음서의 2부에 해당하는 사도행전에서 제자들과 교회의 몫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루카 복음서는 당시 가장 천대받던 존재인 세리, 창녀를 비롯해서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내세우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우선적 선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지리적 혈족을 넘어 인간애적, 인류애적인 구원의 보편성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유다인과 비유다인의 일치가 아니라 윤리적, 경제적, 신분적 차이와 차별을 넘어서는 전 인류적인 구원의 보편성을 가르치시고 몸소 보여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구체적인 삶에서 큰 희망이 됩니다. 루카 복음서의 구조는 크게 4부분으로 나눠집니다. 먼저 1-2장에서 루카 복음서는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이야기한 뒤 바로 뒤이어 예수님의 탄생과 유년사화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과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님의 만남에서 엘리사벳 태중에 있던 세례자 요한이 성모님 태중에 있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즐거워 뛰놀았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스럽게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고 있으며,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시기인 구약의 완성으로 예수님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하여 루카 복음서는 목자들이 예수님을 가장 먼저 찾아뵈었다는 고유한 내용을 전해주고 있는데, 당시 목자는 가장 비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루카 복음서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장 1절-9장 50절에는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가 펼쳐집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갈릴래아에서도 호수 동쪽에 위치한 벳사이다를 비롯해서 티로, 시돈, 데카폴리스 등 다른 복음에서 등장하는 이방인 지역에서의 활동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대신 유다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운데 과부. 죄 많은 여인, 예수님의 활동을 돕는 많은 여인들, 야이로의 딸, 하혈하는 여인 등 차별받고 살아가던 사람들, 율법으로는 구제받을 수 없는 죄인들과의 만남과 그들을 향한 치유 및 기적들을 이야기함으로써 새로운 방향에서의 보편적 구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산상설교라고 알려져 있는 참 행복에 대한 가르침이 다른 복음서에는 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루카 복음서 6장은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서 당신을 찾아온 군중을 향해 선포하였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 또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뜻을 잘 보여줍니다. 9장 51절-19장 27절에서는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복음서들과 달리 루카 복음서는 이 부분에 굉장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과 비유를 통해서 제자들을 가르치십니다. 가장 큰 계명,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통한 참 사랑의 실천, 끊임없는 기도, 안식일의 의미, 구원과 멸망의 문제, 종말론적 삶,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가는 겸손의 태도, 그리스도인의 본질 등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제자가 갖춰야 할 믿음과 그에 따른 삶의 구체적 태도를 자세하게 알려주십니다. 루카 복음서가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렇게 자세히 다루고 있는 것은 루카 복음서와 한 세트를 이루는 사도행전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제자들을 통해 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선택한 모든 사람들을 향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루카 복음서 15장의 되찾은 양의 비유, 되찾은 은전의 비유, 되찾은 아들의 비유로 대변되는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입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여러 차별을 넘어서 모든 이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 나라의 충만함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밖에도 청빈한 삶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함으로써 부와 가난의 문제, 가진 것을 내어놓고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루카 복음서만의 고유 자료인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서 인류애적인 일치와 구원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9장 28절-24장 53절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활동기로서 예루살렘에서의 마지막 선교 여정과 수난-죽음-부활을 전해줍니다. 예루살렘에 도착하신 예수님은 가장 먼저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이로 인해 성전 질서를 담당하던 수석 사제들을 비롯해서 율법학자들과 충돌이 발생하고 결국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겪으시게 됩니다. 부활 사화에서 다른 복음서와 다른 특별한 점은 24장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실망감에 사로잡혀 다시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 구약 성경에서 예언자들이 예수님을 두고서 한 많은 예언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저녁 때에 그들과 함께 빵을 떼어 찬미를 드린 뒤 나누어 주심으로써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게 이끌어주십니다. 이는 말씀과 성찬의 전례를 통해 우리 곁에 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베타니아 근처에서 제자들에게 강복하신 뒤 승천하십니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루카 복음서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래아로 옮겨가지 않으시고 예루살렘에서 마지막 여정을 보내셨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예루살렘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곳이며, 제자들에게 당신을 대신하여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맡기신 곳이 됩니다. 그리고 루카 복음서에 이어지는 사도행전은 예루살렘에서 첫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고, 어떠한 방식으로 예수님의 말씀, 즉 복음을 선포하였는지를 전해줍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4년 12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행정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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