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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삼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12 조회수7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삼손

 

 

‘딜라일라’(Delilah)라는 팝송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안되어 유행한 노래입니다. ‘그대 내 여인’ ‘왜 날 버리는가’ 같은 가사를 들을 때마다 삼손이 떠오르며 가슴이 찡해지곤 합니다. 나지르인으로 태어났으나 평생 방탕하게 살다가 사랑 때문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일그러진 영웅이지요.

 

삼손은 단 지파 출신의 판관으로서 그 이름은 ‘태양’이란 뜻입니다. 그에 비해 딜라일라, 곧 들릴라는 ‘밤의 여인’으로 해석 가능하므로, 둘은 애초부터 상극이었던 셈입니다. 삼손은 탄생부터 남달라 불임이던 어머니가 천사의 수태고지를 받은 뒤 태어났습니다(판관 13,3-7). 아버지 마노아는 초르아 사람인데, 초르아는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22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입니다. 마노아의 뜻은 ‘휴식’이며, 이는 이스라엘이 삼손으로 말미암아 필리스티아에게서 잠시나마 휴식을 얻게 되리라는 점을 암시해줍니다.

 

삼손이 맞선 이민족 필리스티아는 기원전 12세기경 에게해(Aegean Sea) 방향에서 이주해 와, 지중해 남쪽의 “가자, 아스돗, 아스클론, 갓, 에크론”(여호 13,3)에 정착하였습니다. 그래서 지중해 연안을 분배 받은 단 지파(19,40-48)와 부딪힐 일이 많았습니다. 삼손의 이야기에는 이방 출신으로 보이는 여인이 셋 나오는데요, 하나는 팀나에 살던 필리스티아 여자입니다. 삼손이 그를 아내로 원하자 부모는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이는 주님께서 필리스티아를 치시려고 생긴 일이었습니다(판관 14,1-4). 실제 이 일로 삼손은 많은 필리스티아인을 치게 됩니다. 하지만 술은커녕 포도도 금지된 나지르인(민수 6,2-4)이 팀나 여인을 만나러 갈 때 거리낌없이 포도밭을 통과한 일이나(판관 14,5), 술이 빠지지 않았을 연회를 연 일(10절)은 그가 통제되지 않는 거친 인물임을 알려줍니다. 그가 당나귀 턱뼈로 필리스티아를 마구잡이로 응징한 것도 민족을 위한 일이 아니라 팀나 여인을 빼앗긴 데 대한 앙갚음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가자 출신의 창녀입니다. 삼손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필리스티아인들은 창녀의 집을 둘러싸지만 삼손은 음모를 잘 빠져 나갑니다(16,1-3).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삼손을 무너뜨린 들릴라입니다. 들릴라가 필리스티아 제후들과 모의해 마침내 삼손의 머리털을 깎자 ‘태양’ 같던 그는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붙잡혀 눈까지 뽑힌 채 ‘빛을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이는 방탕하고 경솔했던 어느 호걸의 스토리로만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삼손이 가자의 필리스티아 신전에 조롱거리로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을 때, 그는 거기서 마지막으로 주님께 기도를 바칩니다(28절). 그리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신전을 무너뜨리고 그들과 함께 생을 마감합니다.

 

지금도 초르아에는 삼손의 무덤이 있습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경솔하기 짝이 없던 판관이지만, 판관기는 ‘주님께서 쓰고자 하신다면 누구라도 도구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오늘 제1독서의 이스라엘 백성이 본디 “떠돌아다니는 아람인”이었지만 ‘주님께서 강한 손과 팔로’ 이집트에서 구하신 뒤 “크고 강하고 수가 많은 민족”이 되게 하셨듯이 말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3월 9일(다해) 사순 제1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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