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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간음하다 잡힌 여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09 조회수33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간음하다 잡힌 여인

 

 

오늘 복음에는 간음죄에 얽힌 사건이 나옵니다. 올리브 산에 계시던 예수님께서 이른 아침 성전으로 가시자 백성이 그분께 모여들었는데, 간음하다 발각된 여인도 붙들려온 것입니다. 간음죄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주변 나라들에서도 큰 죄로 여겨져(창세 20,6.9 참조), 옛 함무라비 법과 히타이트 법에 따르면 남녀 모두 사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함무라비 법 129항; 히타이트 법 197항). 다만 고대근동에서는 남편이 원할 경우 처벌을 약하게 할 수 있었으나(함무라비 법 129항; 히타이트 법 198항) 이스라엘에서는 달랐습니다. 혼인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관계라고 보았기에(말라 2,14), 간음죄 처벌을 감해주거나 면제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레위 20,10; 신명 22,22-24 참조).

 

그런데 레위기와 신명기의 율법을 보면 간음이 남녀 둘 다 처벌받아야 하는 죄인데도,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은 남자를 빼놓고 여인만 데려와 단죄하려 합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바리사이의 무리도 율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입니다. 사실 이들은 여인에겐 관심이 없고, 예수님을 옭아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물어 그분께 덫을 놓으려 한 것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간음녀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답하면, 오경 율법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됩니다(5절). 반대로, 율법을 지키라 해서 여인이 투석형이라도 받고 사망하면, 로마법에 어긋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로마인들은 민간인들의 사형 집행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예수님은 한동안 땅에 글만 쓰셨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으나, 교부 히에로니무스는 그곳에 모인 군중과 인류의 죄를 다 쓰셨다고 풀이합니다. 이는 예레미야서에 나오는 “주님 ··· 당신에게서 돌아선 자는 땅에 새겨지리이다.”(17,13)라는 구절에 근거한 해석입니다.

 

바리사이의 무리가 줄기차게 답을 요구하자, 예수님께서는 몸을 일으켜 죄 없는 이부터 여인을 돌로 치라고 하십니다. 원래는 간통을 목격한 증인들이 돌을 던지면 군중이 그 뒤를 잇는 법인데(신명 17,5-7), 예수님께서 이 말을 하신 뒤 또다시 글만 쓰시자 나이 든 사람부터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사람일수록 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었을 것입니다. 군중이 다 사라지고 여인만 남게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제야 여인을 보시고 당부하십니다: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여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너”(10절, 11절)라고 부르며 타이르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덫을 어떻게 빠져 나가셨는지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집인 성전 앞에서도 율법을 자기 편의대로 해석해 약자에게만 엄격히 들이대는 이들의 마음을 바로잡으심으로써 율법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곧 단죄 자체가 아니라 죄의 정화와 구원에 있음을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4월 6일(다해) 사순 제5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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