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성경] 성경 입문: 희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06 조회수243 추천수0

[성경 입문] 희년 ①

 

 

2025년은 2000년 대희년 이후 사반세기가 흐르고 맞이하는 희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25년 정기 희년을 준비하면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주님승천대축일, 2024.5.9.)라는 칙서를 발표하셨습니다. 희년 칙서의 제목은 로마서 5장 5절의 말씀입니다.

 

희년제도는 레위 25장으로부터 유래합니다. 레위기는 한마디로 거룩함의 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명으로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동족들을 찾아가 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빠져나옵니다. 모세가 향한 곳은 자신이 하느님의 소리를 들었던 그곳, 거룩한 산입니다. 탈출기 19장은 광야여정을 거쳐 마침내 하느님의 산, 호렙(시나이)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서술합니다. 이곳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씀하십니다.

 

3 모세가 하느님께 올라가자, 주님께서 산에서 그를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야곱 집안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알려 주어라. 4 ‘너희는 내가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나에게 데려왔는지 보았다. 5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6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이것이 네가 이스라엘인들에게 알려 줄 말이다.”(탈출 19,3–6; 신명 7,6 참조)

 

이것이 하느님의 계획이며 이스라엘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비전입니다. 이 계획의 중요한 핵심은 ‘하느님의 소유인 백성, 사제들의 나라, 거룩한 민족’이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라고’ 부름받은 셈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완성은 ‘거룩함’이라는 하느님의 속성을 향해 있습니다. 레위기는 반복해서 이 사실을 강조합니다(레위 11,44.45; 19,2; 20,6).

 

43 너희는 기어 다니는 어떤 것으로도 너희 자신을 혐오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들로 너희 자신을 부정하게 만들어, 너희가 부정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44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든 땅에서 우글거리며 기어 다니는 것으로 너희 자신을 부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45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려고,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주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3–45)

 

1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2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에게 일러라.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3 너희는 저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해야 한다.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레위 19,1–3)

 

26 나 주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나에게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너희를 민족들 가운데에서 가려내어 내 것이 되게 하였다.(레위 20,26)

 

레위기를 거룩함의 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처럼 레위기 곳곳에서 이스라엘이 거룩한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세세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룩함이란 말의 근본 의미는 ‘다름’입니다. 곧, 무언가 같지 않음, 범상치 않음, 그래서 분리되고 따로 떼어 놓은 것을 거룩하다고 합니다. 하느님을 거룩하신 분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그분이 피조물과 다른 창조주이시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 그 분 말고는 모든 존재가 그분을 통해, 그분에 의해 존재하는, 존재의 근원이신 분으로서 하느님은 엄격히 다른 모든 존재과 구별되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거룩한 백성이 ‘된다’는 것은 ‘다른 백성’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이 훼손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인가? 삶의 모든 방식이 달라야합니다. 그리고 그 다름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계약법, 정결법, 성결법과 같은 법입니다. 그 맥락에서 레위기는 사물과 공간의 거룩함, 관계의 거룩함, 그리고 시간의 거룩함을 위한 규정들을 제시합니다. 희년법은 이러한 시간과 절기의 거룩함에 대한 규정을 제시하는 단락(23,1-26,46)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4일(다해)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성경 입문] 희년 ②

 

 

레위기 23장에서는 ‘거룩한 날’들[日], 그리고 25장에서는 거룩한 해들[年]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거룩한 시간들의 기본 사상은 안식일로부터 시작합니다. 곧, 한 주간이라는 시간 단위는 창조의 마지막 날인 일곱째 날을 다른 날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날로 삼으신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설정됩니다. 첫날부터 여섯째 날까지는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동참하는 날이지만, 일곱째 날은 그 창조를 관조하는 날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쉬며 ‘참 아름다운, 참 좋은 세상’을 바라보는 날입니다. 일곱째 날의 세상은 한 주간 동안의 노동의 결실을 바라보며 나를 통해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시간과 공간의 원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임을 뒤돌아 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정기적인 안식일 외에도 일 년 중 몇몇 특별한 축일에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상기하며 경축하는 축제일을 지내게 됩니다: 파스카와 무교절(레위 23,4-8), 햇곡식을 바치는 축일(레위 23,9-14), 주간절(오순절; 레위 23,15-22), 칠월 첫날(로쉬 하 샤나; 레위 23,23-25), 속죄일(레위 23,26-32), 초막절(33-36).

 

25장에서는 날 수로 계산하는 안식일 규정을 년 단위로 확대하여 일곱 번째 해에는 휴경하며 땅에게도 안식을 부여하는 규정을 싣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곱 번째 안식년이 지난 다음 해가 시작되는 해의 속죄일에 나팔을 울리며 오십 번째 해의 시작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희년을 의미하는 요벨(לבוי, yôbel)은 숫양, 혹은 나팔을 만드는 데 사용한 숫양의 뿔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요벨이라는 히브리어에서 라틴어 유빌레움Jubilaeum이 유래했고, 현대 이탈리아어의 Giubileo 혹은 영어의 Jubilee라는 단어가 생겨난 듯합니다.

 

이 오십 번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포하고 주님께서 주신 땅에서 희년을 선포합니다. 이 희년은 ‘해방을 선포하는 해’입니다. 희년이 되면 모든 주민은 해방되어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자기 씨족에게 돌아갑니다(레위 25,10). 피치 못할 사정으로 땅과 주택을 팔고, 또 제 자신의 노동력을 남에게 팔아 품팔이꾼이나 거류민처럼 지내던 사람들도 희년이 되면 자유를 얻게 됩니다(레위 25,40-41).

 

희년은 하느님께서 주셨던 선물이 다시금 제 주인을 찾아가는 날로서 하느님의 해방과 구원의 결실을 다시금 원위치하라는 규정입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 희년 규정이 실제로 행사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그 핵심 의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소유이며 선물입니다(땅은 본래 하느님의 소유입니다. 그러므로 토지거래에서 매매의 대상은 땅의 소유권이 아닌 사용 권리일 뿐입니다. 토지의 거래 가격은 그 토지를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례하므로 희년에 가까울수록 토지의 가격은 하락합니다).

 

13 이 희년에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아야 한다. 14 너희가 동족에게 무엇을 팔거나 동족의 손에서 무엇을 살 때, 서로 속여서는 안 된다. 15 너희는 희년에서 몇 해가 지났는지 헤아린 다음 너희 동족에게서 사고, 그는 소출을 거둘 햇수를 헤아린 다음 너희에게 팔아야 한다. 16 그 햇수가 많으면 값을 올리고, 햇수가 적으면 값을 내려야 한다. 그는 소출을 거둘 횟수를 너희에게 파는 것이다. 17 너희는 동족끼리 속여서는 안 된다. 너희는 너희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레위 25,13-17)

 

보니파시오 8세 교황께서 1300년을 희년 혹은 성년으로 선포한 이래, 교회는 매 100년 주기로 희년을 지내다, 1470년부터는 25년 주기로 정기 희년을 지내왔다고 합니다. 가장 근래에 지낸 정기 희년은 2000년 대희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올해는 제 삼천년기의 두 번째 정기 희년인 셈입니다. [2025년 7월 6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