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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북왕국의 멸망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9-24 조회수15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북왕국의 멸망 

 

 

교부 히에로니무스는 적국의 칼보다 내전이 사회를 더 피폐하게 만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를 확인해주는 성경의 예가 북왕국의 멸망입니다. 이스라엘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최성기를 누리지만, 솔로몬의 통치 말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솔로몬이 이방 여인들에게 빠져 우상을 숭배하고 강제 노역 등으로 백성의 불만을 산 것입니다(1열왕 11장; 12,4). 이때 아히야라는 예언자는 옷을 열두 조각으로 찢고 열 조각을 예로보암에게 주는 상징행위를 통해 분단을 예고합니다(11,29-39). 실제로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쪼개지는 아픔을 겪습니다. 이때 북왕국을 세운 첫 임금이 바로 예로보암 1세(11,26)입니다.

 

그렇다고 북왕국이 세워지자마자 멸망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원전 8세기, 예로보암 2세가 다스리던 시대에는 전성기를 누립니다. 당시 북왕국은 남왕국과도 사이가 좋아 둘 다 번영합니다. 마침 외세가 약해진 점도 이런 번영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북동쪽에 있던 아람은 아시리아 임금 아다드니라리 3세에게 제압당했고, 아시리아는 아다드니라리 3세가 죽은 뒤 무력한 임금들이 재위하면서 약해졌습니다. 고대근동의 열강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도 그때는 큰 위협이 아니어서, 남북 왕국은 평화롭게 번영하며 영토도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견줄 만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번영이 상류층의 부로만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당시 북왕국에서 활동한 아모스의 신탁에 반영되어 있듯이, 지배층은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여 고급 건물을 짓고 호사를 누렸습니다(아모 3,15; 6,4-6 등). 이는 북왕국의 수도 사마리아의 발굴 결과에서도 확인되는데, 그곳에선 상아 장식으로 과하게 장식된 건물이 다수 나왔습니다. 또한 부유해질수록 더욱 욕심을 내면서 뇌물 수수와 약자 착취를 일삼고(5,11-12; 8,4-6 등) 그렇게 축적한 재산을 하느님의 선물이라 여기며 자만하였습니다(8,4-6: “야곱의 자만”). 북왕국 사람들은 하느님이 자기들을 이집트에서 구해내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기에 복만 내려 주실 거라 여겼고,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더 청구하시는’(루카 12,48) 분임은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북왕국이 내리막을 걷게 된 건 예로보암 2세가 죽은 이후입니다. 남북 왕국의 관계는 냉각되고, 북왕국은 내분과 정변에 시달리게 됩니다. 예로보암 2세의 아들 즈카르야부터 북왕국의 마지막 임금 호세아까지 불과 14년 동안 임금이 여섯이나 교체되는데, 그것도 넷은 살해당합니다. 전성기를 누린지 불과 20~30년만에 나라가 망하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내부 분열이 매우 큰 요인이었습니다. 부의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민심 이반이 일어나고 이로써 나라의 힘이 약해져, 결국 강국에게 먹힌 것입니다.

 

이 점은 오늘날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에게도 가르침을 줍니다. 자기만 더 가지려 서로 갈라져 싸운다면,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언제든 약소국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9월 21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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