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묻고답하기

제목 저와 같은 사람이 없길 바랍니다. 카테고리 | 천주교
작성자김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26-02-28 조회수40 추천수0 신고

안녕하세요. 제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8~19세 때이자,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10년 봄~여름에 서울 강동구의 고덕동성당에서 있었던 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은 단지 해프닝으로 덮을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 문제는 제 개인의 상처로 끝날 일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청년 신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복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긴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라도 글을 적습니다.

 

원래는 이 이야기를 서울대교구에 직접 보내서 알리려 했으나 연락처만 나와있을 뿐 아무리 찾아도 서면으로 드릴 수 있는 소통 경로는 확인되지 않아서 이곳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소통경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 집은 천주교 집안이고,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친할머니의 권유로 화양동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낯가림이 심해 교리를 배우지 못했고 첫영성체도 하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고3 때 강일동으로 이사를 왔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금이라도 교리를 배워 첫영성체를 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강일동성당이 생기기 전이라 고덕동성당에서 교리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만 18세(생일 지나기 전)라 중·고등부에서 또래들과 배우고 싶었지만, 수녀님께서 어렵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성인부에서 교리를 배우게 됐습니다. 같이 교리 배우시는 분들 중 저와 가장 나이가 적게 차이 나는 분도 열몇 살 차이가 났고, 대부분이 저에게 부모님·조부모님뻘이었지만 다들 좋은 분들이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녀님은 저에게 신학대 진학을 권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를 좋게 봐주신 마음은 감사했지만, 당시에는 ‘신학대 진학률이 얼마나 낮으면 이렇게 권유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주교 신부는 평생 독신과 여러 금욕을 해야 하기에, 일반적인 각오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권유보다는 인터넷이나 고등학교에서 천주교 신학대를 홍보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교리를 배우며 미사도 꼬박꼬박 나갔고, 청년부 미사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던 중 청년부 미사 후 청년부로 보이는 여성분께서 저에게 청년부 활동을 권유했고, 그 계기로 청년부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부 소속 중 ‘레지오마리애’라는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른 활동은 자신이 없었지만, 미사 전에 모여 기도하는 레지오마리애는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에게 청년부 활동을 권한 여성분도 레지오마리애 하늘의문pr에 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제가 관심 있다고 하자 적극적으로 권유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고덕동 성당 레지오마리애 ‘하늘의문 praesidium’ 단원이 되었습니다. 단원이 되면서 단원들의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가 적힌 명함 같은 자료를 받았고, 초반에는 매주 단원들에게 안부문자를 보내는 활동도 나름대로 잘 맞았습니다.

 

그러던 중 첫영성체 교리를 가르쳐주신 봉사자님과 첫영성체 때 대부를 맡아주신 구역장님이 “너무 성급하게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니냐”고 우려하셨습니다. 미사만 잘 다니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게 좋은데, 성급하게 활동을 시작하면 상처받고 결국 냉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활동을 계속해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청년부 레지오마리애 단원들과의 나이 차이는 최소 4살에서 많게는 10살 이상이었고, 모두 대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 중인 분들이었으며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생활을 아직 해보지 않은 제가 단원분들의 주된 대화주제인 사회생활 관련한 대화에 끼기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저는 당시에 알바도 하고 있었고 대입 준비까지 병행해 활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고민을 여러 번 털어놓았지만, 형·누나들은 항상 “괜찮다”, “우리도 다 직장 다니면서 한다”,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며 계속 남아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기적인 레지오 활동을 위해 약속된 시간인 미사 1시간 전에 성당에 갔는데 단원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약속된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고, 전화·문자도 받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한 누나와 연락이 되어 그 누나 혼자 부랴부랴 느지막이 와서 저와 둘이 기도했습니다. 당시 그 누나 표정은 상당히 피곤하고 내키지 않아보여서 저는 자괴감에 당장이라도 그만두고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매주 단원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주소까지 공유하는 상황에서, 활동 취소 공지를 저만 받지 못한 점은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겉으로는 활동을 권하면서 뒤로는 사람 하나를 자연스럽게 내보내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또 청년부 단체로 주문진성당 인구공소쪽 캠프장 2박 3일 여행을 갔을 때도 뜻밖의 경험을 했습니다. 거기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형은 저보다 12살 이상 많았는데, 금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비롯해 외모, 패션, 표정, 언행 모두 깡패가 연상되어서 무서웠고 그런 분들이 여러명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형은 밤에 청년부원들이 모여 술 마시는 자리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여러 번 제 성기를 만졌습니다. 그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 건 둘째치고 초면이기까지 해서 더 당혹스러웠던 거 같습니다.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그 행위가 계속됐고, 결국 레지오 단장 누나가 제지하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그 후 방에서 술 때문에 힘들어 누워 있는데 어떤 누나가 들어와 제 팔 전체를 끌어안으며 과한 스킨십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여행에는 같은 레지오 단원 형·누나들도 있었지만 저를 챙기지 않았고, 대부분 저를 무시하거나 방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 어떤 형은 모태솔로였던 저에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길래 없다고 했더니 또 금방 생기지 않냐 그러고, 어떤 형은 성형했냐고 농담하며 제가 너무 잘생겨서 그랬다고 외모 위주로 판단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제가 겉모습만으로 과대평가를 당하는 듯해서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성당 청년부에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분들이 많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박 3일 주문진성당 인구공소 캠프장 쪽 가는 길에 같이 레지오마리에 하늘의 문에서 활동하는 누나와 대화를 하다가 그 누나가 저랑 같은 시험을 준비한다길래 시험 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보는 등 짧게 대화한 게 전부인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누나가 괜히 그걸 계기로 저를 언짢아했습니다.

 

캠프장 가서는 제가 입이 트였다는 등 같은 단원들에게 저를 다소 못마땅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에도 저와 거리를 두며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왜 그 누나가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어떤 누나는 제가 덥다고 하니까 젊어서 그런다 하더라고요. 여름이고, 활동을 했으니 누구라도 더울만했거든요. 그냥 우스개 소리면 몰라도 그 누나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뭐만 하면 젊어서 그런다는 말을 밥먹듯이 달고 사는데 고작 생일 지났으면 만 29세, 안 지났으면 만 28세의 나이에 그렇게 유난 떠는 게 당시 그분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진 지금의 제가 생각해 보면 우습다는 생각만 들어요.

 

심지어 저보다 1살 많았던 만 19~20세의 형도 그래도 우리 정도면 아직 젊지 않냐고 사회에 나가면 초년생이라며 다소 나이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그분들은 그와같이 상처가 많고 여유가 없고 강박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이었고, 성당이 그런 분들을 치유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순수한 신앙 목적으로 청년부 활동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식으로 홍대의 퇴폐 클럽에서나 있을 법한 경험과 여러 정신없는 해프닝을 성당 청년부에서 겪고나니 당혹스럽기만 해서 결국 저는 청년부 활동을 그만뒀고, 청년부에서는 제가 개인적인 문제로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 것처럼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미사만 나가던 시기에도 저보다 1살 많은 어떤 성가단 형은 계속 성가단 가입을 재촉했습니다. 그 형과는 종종 만나서 그 형이 아는 동생과 같이 술도 먹고 그랬는데 그 동생이 당시에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 동생도 성당을 다니는 듯했는데 고등학생이 술을 그렇게 당당히 마시는 것도 당혹스러웠고 그 당시 술을 먹었던 식당의 사장 아주머니와 그 아주머니 아들과 그 형과 동생이 잘 아는 사이이고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 했는데 그 사장 아주머니도 고등학생이 그렇게 술을 마시는 걸 제지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세명의 대화내용이 가관이더군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다름 아닌 학교에서 1짱, 2짱 하는 깡패 불량학생들 얘기를 무슨 영웅담 하듯 하며 그 불량학생들 근황 및 행적을 묻는 걸로 보아 그 불량학생들이 그 형과 그 형이 아는 동생과도 아는 사이인 듯 했습니다. 성당 활동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별의별 당혹스러운 일들을 다 겪어가며 교리과정 다 마치고 첫영성체는 강일동 성당 완공 됨에 따라 그곳에서 했고, 당시 같은 아파트 사시는 구역장님이 대부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구역장님은 제 상황(수험생활, 알바, 군입대 예정)을 알고 계시면서도 계속 아파트 동대표를 권하셨습니다.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아파트 정문 편의점으로 부르셔서 커피를 사주시며 동대표를 권하시길래 어렵다 말씀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모든 경험이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 아니라 씁쓸한 기억일뿐입니다. 30대의 사회인들이 고등학교 갓 졸업한 만 18세에게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했고, 당시에 저는 순진해서 제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랬기에 현실적인 조언이나 배려가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초면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다짜고짜 저에게 이런저런 권유를 하는 것도 신중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여러 스트레스로 심적으로 힘들어 신앙생활을 했던 건데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차라리 그런 경험을 할 줄 알았으면 미사만 나가고 교리는 온라인으로 듣고 첫영성체만 받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경험을 천주교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학교도 아무리 좋은 것을 가르쳐도 모범생과 문제학생이 있는 것처럼 성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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