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나오는 율법학자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태오 복음 23장에 나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는 표현이
일곱 차례나 반복될 뿐 아니라,
"이 뱀 같은 자들아, 독사의 족속들아!
너희가 지옥의 형벌을 어떻게 피하랴?"(마태 23,33)는
식으로 독설을 퍼붓습니다.
그만큼 율법학자는 안 좋게 평가되는데요.
이런 부정적인 평가는 신약성서가 기록될 당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마찰과 충돌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대 유대교에서 율법학자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종교법과 의식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었으며,
형사소송 때에는 재판관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민사소송 때에는 여러 재판관들과 함께 판결을 내리거나
단독재판관으로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율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을 매기도 하고 풀기도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법조인들에 해당되는 셈이죠.
추정컨대,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어 나가면서
유다교를 신봉하는 율법학자와 많이 부딪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메시아로 보는 율법 해석을 했지만,
유다교 율법학자들은 그와 정반대로 해석해 나갔으니까요.
따라서 율법학자들은 전반적으로 배척하면서,
하늘나라의 교육을 받은 율법학자가 필요함을 역설하게 되었지요.
여기서 '하늘나라의 교육을 받은 율법학자'는 그리스도교 율법학자를 가리킵니다.
그는 낡은 것(= 구약성서)도 새 것(= 예수의 가르침)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제시됩니다.
그리스도교가 널리 퍼져가기 위해서는
율법을 그리스도교의 시각으로 해석해 주는 율법학자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에 널리 전파하였던 사도 바울로도
율법학자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