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마태오 복음 11장 11절에서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도 그(세례자 요한)보다 더 큽니다"라고 말씀하신 내용이 세례자 요한이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듣게 된 말씀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성서학자들은 11장 11절 후반의 이 말씀이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을 너무나 극찬하신 데 당황한 나머지
성서의 편집자가 세례자를 약간 격하시킨 흔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루가 복음에도 병행구절이 나오는데 마태오와 루가가 동일한 자료인 "예수 어록"에 쓰여졌던 글을 옮겨 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어지는 구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지는 11장 12절 - 15절에서 세례자 요한의 구원사적 위치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그 의미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과 함께 하늘나라 시대에 속한 사람이었고,
유대교에서 말하는 메시아 전의 선주자 곧 엘리야의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엘리야가 산 채로 승천해 있다가 메시아가 오기 전에 이스라엘에 다시 와서
백성을 화해시키고 열두 부족을 재건하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세례자 요한이 이스라엘 백성의 화해와 재건을 이루지 못하고 참수된 까닭에
엘리야일 수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며,
그리스도인들의 대답은 다시 온 엘리야인 세례자 요한이 화해와 열두 부족의 재건을
완성하기 전에 헤로데에 의해 목이 베어 숨진 것처럼 메시아이신 예수님도 배척을 당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마태 17,10 이하를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단지 요한과 같은 세례를 주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셨다는 것을 좀 더 깊이 생각하시면 답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마태오 복음은 기원 후 80-90년 경, 요한 복음은 기원 후 90-100년 경에
각기 다른 공동체에서 씌었습니다. 복음서는 단순히 예수님의 전기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복음서 안의 시간적 배열이나 다른 복음서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무엇이 먼저 있었던 일인지를
가늠하기가 모든 경우에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각 성서에서 복음서 저자가 그것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200주년 신약성서 주석서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200주년 신약성서 주석서와 New Jerome Biblical Commentary를 참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