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예수님!
우선 자매님의 물음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과 십자가상의 대속 사상과 관련지어 그 후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는 하느님의 모습이 서로 모순됨을 발견합니다.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우리는 교리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인정하는 교리서 중 이제민 신부님이 쓰신 "우리가 예수를 찾는 이유는?" 이라는 교리서가 있습니다. 바오로딸 출판사에서 2001년에 나왔고, 그리스도교 신앙 안내서 1권이라는 제목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 자매님의 물음과 관련된 부분이 잘 설명되어 있어 229쪽부터 232쪽에 실린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려 합니다. 더불어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교회에서 출판하는 성서 해설서나 교리서 등을 구입해 자주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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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서 흘린 예수의 피는 인간의 죄로 상처받은 당신의 명예를 보상받기 위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빚 갚음 정도가 아니다.
우리는 “사람의 아들도...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마르 10,45)라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성서의 표현(로마 3,25-26)을 많이 만난다. 그렇지만 이 표현들을 단순히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대신 죽음’을 보고서야 인류와 화해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는 이런 ‘초보적 사고 단계’(라칭거)에서 벗어나 십자가(고통)의 적극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구약시대 사람들은 자기를 대신할 다른 희생제물을 필요로 했지만, 예수께서는 다른 희생제물이 아닌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셨다. 자신을 바침으로써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그래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려야 하는 것임을 당신의 몸으로 보여주셨다. 당신 자신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킨 것이 아니라 반대로 모두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셨다.
예수의 죽음은 모든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희생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기를 완전히 ‘내어놓는’ 죽음이 구원의 힘을 지닌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고 피를 받아 마시는 사람도 그리스도와 같이 모든 이를 위해 자기를 바쳐 피를 흘릴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그 모범을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시지 않았는가? 그리스도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대신’ 피를 풀리셨으니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스도의 피는 오히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피를 흘릴 것을 요구한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는 “이 땅이 내 것이요 땅에 가득한 것도 내 것인데, 내가 배고픈들 너희에게 달라고 하겠느냐? 내가 쇠고기를 먹겠으며 염소의 피를 마시겠느냐?”(시편 50,12-13) 하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읽게 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다른 희생제물이 아닌 모든 사람 각자의 자기 희생을 요구하신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께서 인간의 죄로 인해 당신의 마음이 상한 것을 보상받기 위해 그리스도의 피를 요구하셨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를 위해 당신의 전부를 내어놓는 모범을 보이신 그리스도의 피를 과소평가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스도의 피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신 십자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사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고난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고난은 그 자체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구원사에서 예수께 일어난 모든 사건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그 자체로 사랑의 행위이며 용서의 행위다. 그리스도가 흘리신 피는 그 자체로 사랑의 표징이며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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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민, "우리가 예수를 찾는 이유는? - 그리스도교 신앙 안내서 1", 바오로딸, 2001, 229-232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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