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묻고답하기

제목 Re:성서에 빠진 구절은 왜? 카테고리 | 성경
작성자이정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1 조회수724 추천수2 신고

1. 성경 본문의 역사에 대한 문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한 권으로 쓰인 책이 아닙니다. 원래는 여러 작품들이 개별적으로 저술되었고 그 중에 교회 공동체로부터 '성령의 영감'에 의해서 쓰여진 책으로 인정받은 것들이 모여 '정경(canon)'을 이룹니다.

여하튼 각 책들의 원본은 모두 소실되었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고대 필사본들이지요. 필사본의 성격상 각 사본들에는 여러 오류들이 섞여 있습니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필사자들의 실수로, 또 때로는 의도적으로 필사자가 임의로 본문을 바꿔 적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필사본들이 모두 100% 동일한 본문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각 사본들은 대조해 보면서 어떤 사본이 더 원문에 가까운 필사본인지를 판별해야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본문비평이라고 합니다. 본문비평을 위해서 학자들은 '본문비판장치'라는 것을 각주에 둔 성경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즉,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사본에(그 것이 성경의 일부만을 담고 있는 파피루스 한 조각짜리일지라도) 이름(기호나 숫자)을 붙여놓고 각 사본들을 대조한 결과 가장 합리적인 본문을 위로 올리고 그 본문과 다른 본문이 실려있는 사본들을 대조해볼 수 있도록 각주로 처리한 성경이 본문비평을 위한 도구가 됩니다. 이제 학자들은 이 성경을 가지고 어떤 말씀이 더 원문에 가까운지를 공부할 수 있겠죠. 물론 성경을 번역할 때도 이러한 성경 본문을 사용합니다.

 

2. 새변역에서 사용한 신약성경의 대본은 GNT 4ed.입니다.

참고하시라고 웹상에서 찾은 루카 9,51-58을 첨부해 놓습니다(아마 3th ed.?).

위에는 성경본문이 실려있고 이 본문과 다른 본문, 이문(異文)이 있을 경우 대조를 하도록 밑에 각주를 달았습니다. 이 비평본의 잇점은 본문을 확정한 학자들의 견해를 각각 A.B.C.D 등으로 평가를 해서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본문일 경우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곧바로 인지할 수 있죠. 본문 비평은 새로운 사본이 발견되거나 새로운 연구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 본문을 언제든지 바꾸게 됩니다. 많이 수정될 경우 비평본은 새로운 판본을 내겠죠. GNT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네슬레 알란트 27판을 사용합니다.

 

3. 그럼 장절구분은 누가 만들까요? 성서의 장절 구분은 근대에 임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일종의 약속인 셈이지요. 따라서 성서의 장절을 구분해서 텍스트를 갈라 놓은 사람이 사용한 성경과 후대의 비평본은 차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선 고대의 필사본에도 실려 있는 본문이 비평가들에 의해서 원문에 실려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지 그 자리를 비워두게 됩니다.

 

예문:

루카 9,54절의 마지막 단어(아우투스, 그들을) 끝에 각주 7이 붙어 있고, 아래 비평장치란에 "아우투스"라고 읽고 있는 사본들의 기호들 // "아우투스 호스 카이 엘리아스 에포이에센(엘리아가 행했던 것처럼 그들을)"이라는 독법을 싣고 있는 사본들의 기호가 나옵니다. 훨씬 많은 사본들이 긴 독법을 지지하지만 파피루스 45번 75번, 시나이 사본, 바티칸 사본 등 보다 오래되고 영향력있는 사본들이 짧은 독법을 지지하니깐 학자들은 짧은 독법을 위의 본문에 올리고, 나머지는 참조할 수 있도록 각주를 달았네요. 그러면서 평가는 {C}등급(?)을 했습니다. 이 비평본 작업에 찹여했던 학자들 대다수가 이 판단에 동의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하튼 우리말 번역은 선택된 본문에 따라서 "엘리야가 행했던 것처럼"이라는 구문은 생략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이 그림은 4판이 아닌가 봅니다. 4판은 {B}등급으로 상승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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