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계치유에 대한 수원교구 교구장의 사목적 권고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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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소순태 | 작성일2007-12-17 | 조회수953 | 추천수1 | 신고 |
11월 위령성월을 지내며
서 론 1. <죽은 자들>의 부활에 대한 신앙은 처음부터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죽은 자들의 부활은 그리스도인들의 확신이며, 우리는 부활을 믿는 자들이다.”1)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죽음을 예수님의 죽음과 연결지으며,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 다.2) 교회는 초기부터 이렇게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갖고 죽은 이들을 존중하고 기념하며 그들을 위하여 기도, 특히 미사성제를 드렸습니다. 이는 그들이 정화되어 지복직관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또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한 자선과 보속 및 대사를 권하고 있습니다.3) 특별히 교회는 위령 성월을 맞이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도 가운데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아 천상의 기쁨에 참여하지 못하고 정화를 거쳐야 하는 이들, 즉 연옥에 있는 이들을 기억하도록 가르칩니다.4)
2. 그러나 최근 한국 천주교회에는, 이러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와 미사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교묘히 받아들여, 그릇된 주장을 하며 신자들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한국 주교회의는 지난 추계 정기총회5) 중에, 최근 한국 교회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일명 <가계치유(家系治癒)>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고, <가계치유>에 관한 이설이 가톨릭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신자들의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 각 교구별로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주교회의는 이 <가계치유>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에 주목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3. 근래 수원교구에서도 해외로부터 유입된 비전통적이며 교회의 가르침을 혼란하게 만드는 <가계치유>라는 것이 일부 신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이에 대해서 이미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발표한 “치유기도 지침서” 를 배부하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6) <가계치유> 가 주장하는 내용이 교의적으로 우려할 만한 많은 요소를 내재하고 있어 천주교회에서는 현재 심각히 주시하며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설은 특히 교회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는 11월 위령 성월에 더욱 우려되고 있습니다. 수원교구는 주교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목적 권고를 발표하는 바입니다.
4. <가계치유>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내용에 있어서 일관적이지는 않지만, 그 핵심 내용을 ‘조상들의 죄의 경향이 후손에게 유전되고 그 죄의 영향으로 현재의 우리 가정이 순탄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조상들의 죄는 그 후손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쳐 육체적·정신적으로 대물림을 하기 때문에 가계(家系)에 내려오는 이 원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가정의 고질적인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바치는 <가계치유를 위한 기도>에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7) 또한 ‘자신의 가계 안에 어떤 조상이 무엇인가 한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 있으면, 좋지 않은 영향이 현재에 미치기 때문에’ 이것을 치유하는 것이 <가계치유> 혹은 <가계정화>라는 것입니다. 이 치유를 위해서는 <가계치유 기도>를 꾸준히 바치고 성체성사를 통해 가정을 속박하는 사슬을 끊어 주어야 하는데, 여기에 강조되는 것이 예물과 함께 조상들을 위한 미사를 수적(數的)으로 많이 바치는 것입니다. 5. 이러한 사상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개신교에서도 논란이 있었으며, 개신교 자체 내에서도 많은 신학자들에 의해 이단적이라고 판단되어 경계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에서는 몇몇 교구에서 성령쇄신 운동을 통해 전파되는 듯 했으나, 이미 이와 연관된 사제들을 중심으로 문제점이 인식되어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평신도들은 아직도 이 <가계치유> 에 연연하여, 다른 이들에게 기도회 모임 혹은 강의를 통해 이러한 이설을 전하면서, 갖가지 회비와 미사예물을 갹출하여 이설의 내용을 모르는 사제들에게 미사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가계치유>를 강조하는 몇몇 신자들이 일반 신자들에게 접근하여 <가계치유>를 위한 미사를 강조하고 상당의 미사예물을 거둬들인다는 것입니다.
6. 교의 신학자들의 의견에 의하면, 이 우려스런 가계치유의 이설 안에는 전통적 가톨릭의 영혼관과 동양적 내세관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조상의 죄가 후손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가톨릭 신앙이 아닙니다. 그들의 논리에는 구약의 몇몇 성경을 취하여 설명을 하고 있지만, 구약을 완성하신 ‘그리스도의 신비와 그의 구원사업’, ‘파스카의 신비’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또한 인간을 사랑하시어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이루신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무상적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조상의 죄로 인한 영향을 강조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고 병적인 신앙의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하느님의 구원경륜에 관한 전체적인 이해가 없이 성경에 대한 사전 지식이 충분하지 못한데서 오는 성경의 자구적 해석과 개인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7. 인간의 죄는 유전자와 같이 가계 혈통에 따라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개별적인 것입니다. <가계치유>에서 주장하는 이론 중에 ‘조상들의 죄의 경향이 후손에게 유전’하기 때문에 ‘조상의 죄악이 삼 대, 사 대의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라고 하는 것은 교회가 가르치는 세례성사의 은총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이설입니다. “세례는 물로써 그리고 말씀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입니다.”8) 그래서 교회는, ‘신자들이 세례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9)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성령을 통하여 깨끗하게 되었으며, 거룩하고 의롭게 되었습니다.10) 더욱이 그리스도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모든 죄, 곧 원죄와 본죄, 그리고 모든 죄벌까지도 용서받기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을 아무런 죄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곧 아담의 죄도, 본죄도, 죄의 가장 중대한 결과인 하느님과의 단절도 남아 있지 않는 것입니다”.11)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성화의 은총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의 지체, 성령의 성전이 되어 새롭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12)
복되신 동정 마리아, 아들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의 어머니,
2007년 11월 2일 “위령의 날”
-------------------------------------- 천주교 수원교구 교구장 최 덕 기 바오로 주교
1)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991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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