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일 미사를 빠지면 대죄인가요?
홍문택 신부님의 책 “신부님, 주일 미사 빠지고 평일 미사 보면 쌤쌤 아닌가요?”를 보시면 주일에 일을 하시고, 평일에 쉬는 분들이 그날을 이용하여 미사를 참례하면 되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대 세계는 분업화, 다양화, 복잡화되면서 여러 형태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나타납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매일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주일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주일 파공의 의무는 생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공익을 위하여 혹은 직종에 따라 주일이나 대축일에도 일을 하여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주일에 일을 한다고, 주일 미사를 참례하지 못한다고 죄라고 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주일은 쉬는 일요일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기쁜 날이기에, 모든 신자들은 미사에 참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고, 미사 중에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주님의 날로 지내야 합니다.
이날은 주님께 봉헌하는 동시에 노동을 하지 말고 하느님 안에서 휴식을 위하면서 새로운 활력과 생명을 받아 인간 창조의 목적과 노동의 의미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십계명에서 제3계명은 주일을 거룩히 지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법 제1246조에 “부활 신비를 경축하는 주일은 사도 전승에 따라 보편 교회에서는 근본적 의무 축일로 지켜져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 대축일, 주의 공현 대축일, 주의 승천 대축일,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과 성모 승천 대측일, 성 요셉 대축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그리고 모든 성인들의 날 대축일도 지켜져야 한다.”
또 교회법 제1247조에 “신자들은 주일과 그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또한 하느님께 바쳐야 할 경배, 주님의 날의 고유한 기쁨 또는 마음과 몸의 합당한 유식을 방해하는 일과 영업을 삼가야 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주님의 날(Dies Domini)''라고 하는 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주일의 의미를 “주일은 매주 돌아오는 부활이며, 죄와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와 그 분 안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창조의 완성과 ’새로운 창조‘의 시작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주일은 세상이 생긴 첫날은 감사와 흠숭의 마음으로 상기하며,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오시어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실 ’마지막 날‘을 힘찬 희망으로 고대하는 날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처음에는 유다인들의 안식일(토요일)에 함께 모여 미사를 거행하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면서, 일요일을 예수님 부활을 기념하는 날로 성화하며 성찬식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주일은 유다인들의 안식일의 의미라기 보다는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석상에서 “나를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라”라고 하신 말씀처럼 죽으시고 묻히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성찬식을 가지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속죄와 고행하는 의미를 지니고 거행된 것입니다.
제3계명은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라고 가르치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는 것일까요?
주일은 주님의 날 즉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미사를 거행하는 날입니다. 미사 중에 그리스도의 몸을 모시고 이웃 형제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이날은 단지 미사를 끝으로 주님의 날을 경축하는 것을 모두 마치는 것이 아닙니다. 주일에 성인전이나 영성적으로 좋은 가르침이 되는 글을 읽고, 자선, 희생, 병자 방문과 기도 등을 할 때 올바로 주님의 날을 경축하는 것입니다.
주일에 일을 해도 좋은가요?
요사이는 들어보기 어려운 말인데 ‘주일 파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주일에 노동을 금하고 하느님을 경배하는 종교 예식에 치중한다는 것입니다. 이날은 유다인들이 안식일에 노동을 금하며 야훼 하느님을 섬기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보다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시간,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기에 경축하며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주일에 노동을 금하는 규정이 정해졌습니다. 따라서 주일에 일을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본당 신부님들에게 주일 파공에 대한 관면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주일날이 아닌데 미사를 참례하여야 하는 의무 대축일은 무엇인가요?
한국 교회에서 정한 의무 대축일은 1월 1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입니다. 이 3회의 대축일에는 미사 참례를 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주일 미사 참례를 면제받는 방법은 없나요?
군인이나 수인들은 단체 생활을 하고 개별적인 행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면제됩니다. 여행중인 사람이나 공무상 일해야만 하는 사람과 또 질병에 걸렸거나 부득이 간호해야 하는 사람은 주일 미사 참례를 관면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신분상 남의 밑에서 일해야 하는 고용인들로 자기 행동에 제약을 받는 사람과 자기 이웃이나 가족이 크게 고난을 당하여 그를 돕기 위하여 성당에 못나올 경우에도 관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가능하면 본당 신부님께 개별적으로 주일 미사 관면을 청하여 허락을 받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관면을 받았다고 주일을 그냥 지나치면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말씀의 전례를 하면서 그날 복음을 읽고 묵상을 하면은 좋겠고, 말씀의 전례를 봉헌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교회법 1248조에는 합당한 시간동안 기도에 몰두하라고 하였는데 묵주기도 5단을 기도하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평화방송을 통한 라디오 미사나 텔레비전을 통한 미사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또 평일에 미사 참례를 할 수 있다면 미사를 참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로 주일 미사 참례의 의무를 대신한 사람은 고해성사 없이 미사 참례를 하고, 성체를 모실 수 있습니다.
주일은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날을 기뻐하는 축제이며, 우리 구원을 위한 날입니다. 따라서 주일에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 참례를 하며,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하여야 합니다. 단지 주일에 미사를 참례하였다고 주일 미사의 의무를 채웠다는 생각보다는 주일을 주님의 날로 거룩하게 지내도록 하여야 합니다.
요즈음은 결혼식이 참으로 많지요. 따라서 주일에 혼인성사(혼인미사)에 참례하면 주일 미사를 참례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주일에 장례미사를 참례하여도 마찬가지로 주일 미사 참례의 의무를 다한 것입니다.
“나는 주일 미사를 참례했으니 신자로서 의무를 다하였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정 주님의 날을 올바로 지냈는가에 대한 반성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주일에 특별한 일로 주일 미사를 참례할 수 없는 사람도 “다음에 고해성사를 하지.”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기도를 봉헌하며 주님의 날을 경축하는 좋은 습관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