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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의회 문헌]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카테고리 | 천주교
작성자유타한인성당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06 조회수624 추천수0
 
 

[공의회 과정]17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 박준양 신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중심에는 종교가 있다. 종교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평화와 화해를 추구한다. 그런데 왜 종교 때문에 분쟁이 생기는 걸까.
 한편으론 종교다원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스도인 정체성과 관계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가톨릭 신자로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이하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타종교에 대한 가톨릭교회 입장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우주적 그리스도론이 바탕을 이룬다.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성경에 기반을 둔다. 역사적 예수와 믿음의 그리스도다. 이는 배타적 동일성의 원리이기도 하다.

 공관복음은 역사적 예수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말하지 않지만 복음이 전개되며 드러난다. 성경 중간을 보자.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마태 16,15-16).

 그리스도의 ''정체''는 십자가에서 드러난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마지막 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 백인대장의 입을 통해 극적으로 선포된다. "참으로 이 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태 27, 54).
 반면 요한복음은 공관복음과 달리 믿음의 그리스도로 시작한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요한 1,1).
 콜로새서 ''그리스도 찬가''(1,15-20)도 마찬가지로 믿음의 그리스도로부터 출발한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성경에 기반을 둔다. 그렇지 않으면 뉴에이지나 종교다원주의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뉴에이지나 종교다원주의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들 안에서 발견되는 ''말씀의 씨앗''과 ''복음의 준비''에 관한 신학적, 선교적 성찰은 「교회헌장」 「사목헌장 」 「선교교령」 등에서도 드러난다.
 "하느님의 섭리는 자기 탓 없이 아직 하느님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에 필요한 도움을 거절하지 않으신다. 사실 그들이 지닌 좋은 것, 참된 것은 무엇이든지 다 교회는 복음의 준비로 여기며, 모든 사람이 마침내 생명을 얻도록 빛을 비추시는 분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교회헌장」 16항).

 "인간의 숭고한 소명을 천명하고 인간 안에 심어진 신적인 어떤 씨앗을 긍정하며, 이 소명에 응답하는 모든 이의 형제애를 증진하고자 교회의 성실한 협력을 인류에게 제공한다"(「사목헌장」 3항).
 "마치 감추어진 하느님의 현존과도 같이 이미 민족들에게 있는 진리와 은총은 그 무엇이든 악의 오염에서 건져 내어 그 주관자이신 그리스도께 돌려드린다.…그들의 민족적, 종교적 전통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들 안에 감추어진 말씀의 씨앗을 기꺼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찾아내야 한다.…그들은 진지하고 끈기있는 대화로 너그러우신 하느님께서 이민족들에게 얼마나 값진 보화를 나누어 주셨는지를 배워야 하며… 말씀의 씨앗과 복음 선포를 통해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께로 부르시고…"(「선교교령」 7, 11, 15항 참조)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모두 5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1항 서론은 하나된 인류와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가 무엇인지, 종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룬다.
 우리 신자들은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이다. 그 응답을 거부하는 것은 하느님 앞에 큰 죄를 짓는 행위다. 그러나 교회 밖에 있는 이들, 즉 비그리스도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하느님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하느님의 자비는 있다. 하느님의 큰 사랑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2항은 힌두교와 불교 등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을 밝히며 타 종교들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타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양식과 행동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가지로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또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을 증언하고 다른 종교인의 정신적 가치 등을 인정하고 보호할 것을 권고한다.
 3항은 과거 십자가 전쟁 등으로 그리스도교와 갈등이 있었던 이슬람에 대해 언급한다. "교회는 또한 무슬림도 존중하고 있다.…여러 세기에 걸쳐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사이에 적지 않은 불목과 적대가 있었지만, 거룩한 공의회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서로 이해하도록 진심으로 노력하며…."

 4항은 유다교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을 드러낸다.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하여 유다인과 이방인을 화해시키고 당신 안에서 그들을 하나가 되게 하셨음을 교회는 믿고 있다. …교회는 유다인들과 공유하고 있는 유산을 기억하며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종교적이고 복음적인 사랑에서, 언제 누가 자행하든 유다인들에 대한 온갖 박해와 증오와 반유다주의 시위를 통탄한다."

 5항은 "인종이나 피부색, 신분이나 종교를 이유로 한 온갖 인간 차별과 박해는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교회는 이를 배척한다"며 가톨릭교회의 보편적 형제애를 설명한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이웃 사랑과 깊이 연결돼 있기에 하느님을 사랑한다면서 이웃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1990)
 이 회칙은 타 종교와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그렇다고 (복음)선포의 의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대화와 선포의 조화에 대해 강조한다.
 "타 종교와의 대화는 교회의 복음화 사명의 일부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과 종교 간에 대화하는 것 사이에 모순이 있다고는 보지 않지만, 이것들을 외방 선교 차원에서 조화시킬 필요를 느끼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깊은 관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차이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혼동하거나 분별없이 선교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서로 맞바꿀 수 있는 동등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아니된다."(55항)

 대화와 선포 두 요소는 새의 양 날개와 같다. 대화와 선포는 연결돼 있다. 그런 점에서 대화없는 선포는 문제가 된다. 최근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가 이를 말해준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종교간대화평의회 공동 훈령 「대화와 선포」(1991)
 "모든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유일한 선교를 수행하는 두 가지 방법, 다시 말해 선포와 대화에 투신하도록 개별적으로 부름 받고 있다. …대화만이 교회의 선교 전체를 이루는 것은 아니며, 대화가 단순히 선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포를 지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종교간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이 속해 있는 다양한 종교 전통들 안에서 ''말씀의 씨앗''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82항)

 대화와 선포는 상생작용을 한다. 우리는 타 종교와 대화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큰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심을 느낀다. 그래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체험하면 선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 안에 충만한 하느님 사랑을 선포하는 것은 ''기계적'' 선포와 달리 상대방에게 울림을 준다. 타 종교를 감싸안고 모든 만물을 감싸안는 하느님 사랑이 이 땅에 실현되길 기원한다.
  정리=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타 종교를 존중하고 이들과 대화하고 협력할 것을 권고한다.
사진은 지난 7월 초 대구 계산주교좌성당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7대 종단 지도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0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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