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 얼마나 사랑에 넘치는 말씀인가!
흔히 이 비유를 최후의 심판에다 적용하지만,
나는 오히려 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양식으로 본다.
어느 인간이든지 모두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좋은 씨를 지닌
밀밭으로 처음에 태어났다.
그러나 자라면서
우리는 악에 물들고 죄를 범하면서 가라지를 품게 되고,
갈수록 어떤 면 악마가 심어 놓은 가라지로 온통 뒤덮이게도 된다.
결국 인간은 커 가면서 밀과 가라지의 혼합 밭으로 변해 가고,
기어인 벌받을 만큼의 악한 존재로 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그 심판의 손길을 자꾸만 거두게 한다.
자신이 심어 놓았던 그 밀이 있기에,
설사 그것이 단 한 포기만 남아 있을지라도
그것에 모든 기대를 품고,
하느님은
죽는 그날까지 그를 기다리며 올바르게 되도록
끊임없이 애써 도와주신다.
"아! 너에 대한 심판은 차라리 그날에 하자!
난 너를 사랑한다.
넌 나의 밭이고 더욱이 내가 좋은 씨를 뿌린 곳이니.
아무리 독한 맘을 품고서 손을 들지라도
사랑은 다시 내 손을 거두게 하는구나!
아, 어찌된 일인가!
오히려 이처럼 널 끌어안고 있다니!
너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내게 준다면,
그날도 필요 없이 너와 나 하나가 될 것인데.
오, 너야! 내 음성이 들리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