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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룻기 입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2 조회수4,907 추천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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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기 입문

 

 

1. 줄거리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구약성서의 [룻기]라는 책의 이름은 거기에 담긴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 이야기는 기근 때문에 유다 땅에서 모압 지방으로 이주해 간 베들레헴의 한 가정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이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오미의 남편인 엘리멜렉은 그 곳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 그의 두 아들 마흘론과 길룐은 모압 출신인 룻과 오르바를 아내로 맞이하지만, 역시 일찍 이국 땅에서 죽게 된다. 이주한 후 십 년만에 나오미는 귀향하게 되는데, 오르바는 친정으로 돌아가고 룻은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온다.

 

여기서 룻은 이삭을 줍다가 보아즈를 만나게 되고, 그는 룻을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런데 보아즈는, 나오미가 시집의 땅을 가정 형편상 팔아야 할 경우에 그 토지가 다른 가문에 넘어가지 않도록 자기가 사들이고, 또 동시에 자식 없이 죽은 마흘론의 아내인 룻과 결혼하여 고인에게 후손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권리와 의무를 지닌 ‘구원자’(2,20의 각주 참조)가 될 수 있는 친족이다. 이를 알고 있는 나오미는 며느리에게, 보아즈와 결혼하도록 권고하며 부추기고, 룻은 시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보아즈에게 접근한다. 이렇게 하여 보아즈는 나오미와 룻이 바라는 대로, 마흘론 집안에 자기보다 더 가까운 친족이 ‘구원자’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자, 룻을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리하여 룻은 아들 오벳을 낳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이새의 아버지이고 이새는 다윗의 아버지가 된다.

 

 

2. 성서 안에서의 위치

 

히브리 성서에서 룻의 이야기는 ‘커투빔(성문서)’ 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스말 번역본인 칠십인역과 라틴말 성서는 룻기를 판관기 다음에 배열하는데, 이는 아마도 룻 1,1의 “판관들이 다스리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에 관한 언급 때문일 것이다.

 

 

3. 저작 시기

 

이 책의 저작 시기에 대하여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기원전 587년에 일어난 유다 왕국의 멸망과 예루살렘 및 성전의 파괴에 이은 바빌론 유배 이전에 저작되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책에서 서술되는 법적 관습들(‘구원자’의 권리와 의무, ‘레비르 결혼’: 4,5의 각주 참조)은 신명기 법전 이전의 입법을 반영하고(신명 25,5-10 참조), 이 이야기의 문체는 구약성서의 고전적 산문에 가까우며, 아울러서 사람 이름들에 대한 연구는 이 작품이 오래 된 것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배 이후가 저작 시기로서 더 타당하다고 여겨지는데, 우선 저자는 사울-다윗과 함께 시작한 왕정 이전의 판관 시대를 먼 옛날로 이야기한다(“판관들이 다스리던 시대에, 나라에 기근이 든 일이 있었다”: 1,1). 그리고 그때의 관습이 저자의 시대에는 이미 폐기된지 오래 된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이에 대하여 청중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옛날 이스라엘에는 …”: 4,7). 또한 언어상 특징적인 사항들이 늦은 시대를 시사한다. 더 나아가서 이 책의 신학(보편주의, 보상에 관한 개념과 고통의 의미)은 유배 이후 시대의 환경에서 더 잘 이해된다. (반대되거나 다른 의견들이 있기도 하지만) 에즈 9와 느헤 13에서 볼 수 있는 철저한 개혁에 반대하여, 외국인들과의 결혼에 호의적인 이 룻의 이야기에는 에즈라와 느헤미야 시대가 적합하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룻기가 논쟁적인 책은 아니다. 저자는 신앙심과 효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외국 여자인 다윗의 증조모를 본보기로 상기시킨다. ‘레비르 결혼’으로써 주님에 의하여 섭리적으로 인도된 이 부인은 완전히 합법적으로 이스라엘의 한 가문, 더군다나 다윗의 가문에로 맞아들여진다. 그리고 1사무 22,3-4는 다윗과, 룻의 고향인 모압 사이의 호의적인 관계를 지적한다.

 

 

4. 문학 작품으로서의 룻기

 

추후에 첨가된 것으로 여겨지는 4,18-22의 족보(1역대 2,5-15에 다시 나온다)를 빼고서는, 이 책의 문학적 통일성은 흠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야기는 완전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전개된다. 이렇게 예술적인 룻기의 구체적인 구성에 대하여서는 통일된 의견이 없지만, 연극의 용어를 빌려 다음과 같이 그 구성을 짜맞춰 볼 수 있겠다. 네 개의 장(場)이 가운데에 자리잡고(1,6-18; 2,1-17; 3,1-15; 4,1-12), 그 앞에는 도입 부분이 있으며(1,1-5), 그 뒤에는 결론 부분이 뒤따른다(4,13-17). 그리고 네 개의 장들 사이에는 세 개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있어 연결 고리 구실을 한다(1,19-22; 2,18-23; 3,16-18). 책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대구법, 운율을 갖춘 구절들, 낱말들 사이에 동일 또는 유사 모음이 되풀이되는 반해음(半諧音)과, 자음이 되풀이되는 자음운(子音韻) 또는 두운법(頭韻法) 등은 이 작품의 문학성을 돋보이게 한다. 룻기는 구약성서 이야기 예술의 걸작들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아울러 사람 이름들에 담긴 의미에서 보여지는 언어 유희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엘리멜렉(나의 하느님께서는 임금님)’, ‘나오미(<나의> 사랑스러움, 또는, <나의> 사랑스런 여자)’는, 때이른 죽음을 암시하는 그 아들들의 이름인 ‘마흘론(질병)’ 및 ‘길룐(허약)’과 기이하게 대립된다. 사정이 어찌되었든 결국에 가서는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버리고 친정으로 돌아간 둘째 며느리 ‘오르바’는 그 이름의 어원이 분명하지는 않으나, 상대방을 두고 떠나면서 얼굴을 돌릴 때의 ‘목덜미’를 연상하게 함으로써 ‘변절’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강요하다시피 나오미와 함께 시집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온 첫째 며느리의 이름인 ‘룻’ 역시 그 어원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여자 친구’로 이해되어 왔고 요즈음에는 (수동형 분사로서) ‘원기가 회복된 여자’로 알아듣기도 한다. 그래서 이 이름은 ‘애정’ 또는 ‘원기 회복’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룻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는 베들레헴의 유력가 보아즈(‘그에게 힘이’)의 이름은 희망을 가지게 하고, 마라(‘쓰라린 여자’: 1,20과 각주 참조)는 ‘비탄’을 나타낸다. 그리고 룻의 아들 오벳(또는: 오베드)은 ‘시중드는 사람, 하인, 종’을 뜻하는데, 어떤 특정한 신, 여기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야훼님의 하인 또는 종을 암시한다. 1,20에서 나오미가 자신의 이름을 더 이상 나오미라 하지 말고 마라라 부르라고 하는 것은, 저자가 사람 이름들에 상징적 가치를 명백하게 부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5. 룻기의 의의

 

룻기는 기원후 시대에 유다인들의 주요 축제 때 봉독되었던 다섯 개의 ‘축제 두루마리’ 곧 축제 오경(룻기 / 아가 / 코헬렛<전도서> / 애가 / 에스델) 가운데 하나로서 오순절(또는, 수확절. 레위 23,15-21; 신명 16,9-11; 사도 2,1 참조)에 사용되었다. 그 이유는, 룻기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보리 수확 때로부터 시작하고, 오순절 역시 이 시기에 거행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더욱 발전된 의미로서, 유다인들은 오순절 축제에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부여하신 바를 기념하는데, 이 책이 야훼님께 대한 신앙과 함께 그분의 율법을 받아들인 룻의 이야기로써 주님의 율법 선물이 이방인들과 이방 국가들에게도 주어지도록 그 범위를 확장시키고, 또 책 끝머리에 있는 족보로써 다윗과 그를 통하여 장차 오실 메시아의 선조로 외국 여자를 내세우기에 이르는 때문인가? 이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랍비들의 전통은 룻을 개종자의 전형으로 간주하고, ‘주님의 날개 아래로 오다’(2,12 참조)라는 표현이 유다교로 개종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룻기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바는 주님의 인도하심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룻기를 주님의 ‘섭리 이야기’라 할 수 있으며, 이 이야기의 원 주인공은 주님이라 부를 수 있다(1,8-9.13.21; 2,12.20; 3,10; 4,11.13-14 참조).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의지할 데 없는 한 늙은 여인, 특히 외국인 과부와 당신 사이의 개별적 역사를, 다윗의 탄생을 통하여 당신 백성과의 역사로 수렴하신다. 그리고 신약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하여 룻과의 역사를 당신과 인류 사이의 구원 역사로 끌어올리신다(마태 1,1-17).

 

[출처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홈페이지 새번역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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