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인물] 실패한 혁명가인 세례자 요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133 추천수0

신약성서의 인물 : 실패한 혁명가인 세례자 요한

 

 

수많은 신약성서의 인물들 가운데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기에 이 글에서 첫 인물로 소개하고자 한다. 세례자 요한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상식적으로 쉽게 구약시대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주님의 오심을 준비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상식적 이해 이면에 깔려 있는 그의 삶을 보면 참으로 처절하리만큼 이 시대의 징표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사제 즈가리아와 엘리사벳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요한은 당시 혼탁한 이스라엘의 정치적 불안 속에서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으며, 그 소명을 민중들에게 선포하였다. 그 소명이란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마르1,4)라는 광야에서의 외치는 소리였다. 광야에서의 그의 외침은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면서 민중들에게 새롭게 변화하는 삶을 갖도록 강한 요청인 것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지배계급이었던 바라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요한에게 와서 세례를 받으려고 했을 때 마음이 굳게 닫힌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고 요한은 "이 독사의 족속들아! 닥쳐올 그 징벌을 피하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라고 그들의 면전에 호되게 야간을 친다. 그들은 요한을 두고 위험한 인물로 앞으로 자신들의 신분에 위협을 줄 인물이며, 민중들을 선동할 체제 전복자일 것이라는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었을 것이다.

 

요한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와 같은 회개의 외침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며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다시금 되돌아가도록 하는 실천적 긴박성을 알려준다. 요한이 헤로데 안티파스의 부정한 행위에 대항한 것도 회개의 외침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헤로데는 교활하고 화려함을 좋아하는 영주였으며 민중을 수탈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군림하였다. 헤로데는 자신의 첫 부인을 버리고 조카이자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와 결혼함으로써 유다인의 율법에 의하면 이중적 간음으로 무거운 죄를 지었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가 율법을 어겼다고 민중들에게 알렸고 혹독한 비판을 가하여 그의 독재정치에 대한 타격을 입혔다. 허영심이 많고 자신의 권력을 흔들어 놓은 요한에 대해 그는 용서를 할 수 없어 죽이고 싶었지만 민중들 그를 존경하였기에 실행하지 못하였다. 헤로데는 단지 그를 감옥에 가두어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판하는 소리를 막으려 하였으며 살해의 음모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잔치가 벌어졌는 데 헤로디아의 딸은 어머니의 계획대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선물로 요구하였다. 헤로데는 자신의 생일 잔치 도중에 요한의 목을 베도록 명령하였다. 요한의 죽음은 마치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힘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이제 처참하게 한 여인의 계략에 의해 죽음을 당하였던 것이다. 그는 이제 실패한 혁명가로 어이없이 이슬처럼 사라진 것이다.

 

나는 얼마 전 광주 망월동에 갔다 온 적이 있다. 이제 역사의 한 마당이 되어버린 그 곳, 처음엔 왠지 낯설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갔던 것도 아닌데 왠지 새롭게 단장한 민주화 성지는 이전에 받았던 느낌은 없었고, 단지 국립묘지로서 아름답게 꾸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새롭게 단장한 묘지 뒤편에 이장하지 않은 구 묘지를 갔을 때 지난 20년의 시간들을 마치 영사기를 돌리듯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가슴을 뭉클거리게 했던 어느 희생자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들으면서 민주라는 단어는 과거의 한 뒤전의 소리가 아니라 내 자신이 짊어지고 "정의를 강물처럼, 서로 위하는 마음 개울같이 넘쳐흐르게"(아모 5,24) 해야할 현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세례자 요한이 주님의 길을 준비하면서 단지 믿음의 외침이 아니라 헤로데의 부정의에 항거하여 죽음을 통해 주님의 오심을 알렸듯이, 과거 군부독재 시절 참 세상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죽음 역시 이 땅에 참된 정의의 실현을 갖도록 하였다. 비록 요한이 세상의 눈으로 볼 때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지 못한 실패한 혁명가였고, 망월동에서 잠든 민주화 영혼들 역시 총뿌리 앞에서 힘없고 처참하게 죽었지만 이 땅에 정의로운 하느님 나라를 위한 생명의 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대상은 아마도 주일학교 교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 꼭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화 성지인 광주 망월동에 꼭 다녀 오시라는 것과 새롭게 단장한 곳에서 분향을 하시고 반드시 구묘역에 가서 비문들을 한 번 읽었으면 한다. 학생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 줌으로 인해 더 깊이 살아 있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김일회 신부님께서 신학교 홈페이지 성서신학 자료실에 올려주신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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