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인물] 교회의 반석, 사람낚는 어부 베드로 나의 본래 이름은 시몬이었습니다. 나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그물질을 하던 어부였습니다. 나는 바닷가에서 잔뼈가 굵은 거친 사나이였죠. 아는 것이라곤 그물질하는 것뿐이고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무식하다면 무식한 사람이었죠. 내가 주님을 처음 만난 것은 바람이 심하던 어느 봄날이었죠. 호숫가에서 내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그물을 손질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분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셔서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그분은 한눈에 보아도 우리와 달리 상당한 품위가 있는 분처럼 보였습니다. "안녕들 하시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며칠째 고기를 잡지 못해 마음이 몹시 어두웠던 나는 퉁명스럽게 툭 뱉었습니다. "보면 모르시오. 눈은 장식품이오?" 오히려 그분은 빙그레 웃으시며 나직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라오시오. 그러면 저 큰 세상에 나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해주겠소." 그분의 말씀은 힘이 있고 신비로워 나는 마치 마술에 걸린 듯했습니다. 그저 그분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사람을 낚는다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건 앞으로 알게 될 겁니다. 당신은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큰 일을 할 겁니다. 나를 따르시오." 그렇지 않아도 매일의 삶이 힘들고 지루하던 차에 그분의 말씀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더구나 나같은 사람이 쓸모가 있다니 솔직히 우쭐해지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난 당신의 숨은 능력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세상과 하느님을 위해서 쓸 수 있도록 하겠소." 난 갑자기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물을 버리고 심지어 가족도 뒤로 한 채 그분을 따라 나섰습니다. 나는 원래 날뛰는 야생마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나를 주님은 길들여주시고 훈련시켜 반석처럼 견고한 사람으로 변화시키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신중하지 못하고 충동적이고 급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물위를 걸어오시는 주님을 보았을 때 난 그새를 기다리지 못하고 주님께로 가다가 물에 빠지는 창피도 당했죠. 그러나 내 마음은 조금이라도 그분을 빨리 뵙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은 주님을 세번이나 배반했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이 잡히시던 날 밤 관저 뜰 안에서 어떤 여인이 날 알아보고는 소리를 쳤습니다. "바로 저 사람도 예수와 같이 있던 사람이오!" "당신도 저 죄인과 어울려 다니던 한패거리요?" "무슨 소리야, 이 여자가 생사람 잡네. 처음 보는 사람이구만." 나는 큰소리로 그것도 세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죠. 그때 나는 주님의 눈과 마주쳤던 것 같았습니다. 그분의 가련한 눈과 말입니다. 사실 나 자신이 그렇게 약한 존재인지 몰랐습니다. 난 황급히 그곳을 피해 나왔죠. 이때 닭이 울었습니다. 주님이 나의 배반에 대해 하신 말씀이 생각나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왜 그렇게 서러웠던지…. 주체 못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내 생애 그렇게 슬펐던 순간은 또 없을 겁니다. 배반한 나를 주님은 부활하신 후 친히 찾아오셨습니다. 처음엔 부활을 믿지도 못했고 마치 귀신을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주님이셨습니다. 주님은 나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으셨을 텐데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으셨죠. 그래서 더욱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다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번씩이나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만 슬퍼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주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렸죠. 정말입니다. 저는 주님을 제 목숨보다도 더 사랑합니다. 주님은 나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난 여전히 결점도 많고 부족한 사람입니다. 주님은 다른 똑똑한 제자가 많았는데도 저를 대표로 세우셨습니다. 그만큼 절 사랑하시고 믿어주셨던 것입니다. 저는 세월이 흐른 후에야 주님이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고 하신 말씀을 깨달았습니다. 그 일로 인해 저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보람과 행복이 더 많았습니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바람이 불던 그 옛날 바닷가에서 그분을 만난 것입니다. 다시 그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또다시 모든 걸 버리고 그분을 따라갈 것입니다. [평화신문, 2001년 2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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