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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사랑받는 제자 루가(루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819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사랑받는 제자 루가

 

 

루가는 잠시 눈을 감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머리 속으로 지나가는 젊은 시절, 수없이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일생을 한 순간에 바꾸었던 사도 바오로와의 만남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루가는 자신의 일생을 결코 사도 바오로의 삶과 떼어 생각할 수 없었다.

 

사도 바오로와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섭리하고 준비하신 만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주 우연히 사도 바오로의 주치의 노릇을 하면서 그의 전도에 도움을 주게 되었다. 사실 사도 바오로는 고질병을 갖고 있었고 전도 중에도 자주 육체적인 질병과 고통으로 신음하였다. 그때마다 루가는 사도 바오로의 곁에서 극진하게 간호하곤 했었다. 루가는 유다인이 아니라 안티오키아 출신의 시리아 사람이었다. 그의 직업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의사였다. 그런데 사도 바오로의 인간적 인품에 매료되어 그의 제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사도 바오로를 만난 후 진정한 영혼의 의사이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주님으로 받아들였다.

 

그 후에 루가는 사도 바오로의 충실한 동반자이며 제자가 되었다. 사도 바오로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따라 다니려고 노력했다. 루가는 모름지기 신의와 충성을 중요시하는 충실한 사람이었다. 사도 바오로를 같이 따랐던 사람들이 가끔씩 세상의 유혹과 어려움에 굴복하여 바오로를 떠났어도 루가는 항상 사도 바오로의 곁을 지켰다.

 

그는 자신이 전해 들어 알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소식을 기록하기로 작정했다. 루가는 이미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을 기록했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서 그 분의 생애를 보다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면밀히 조사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직업 의식이 몸에 배 있었다. 또한 그는 특히 뛰어난 필체와 문학가로서의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드디어 전해 들은 구전 지식과 전승들을 모아놓고 붓을 들어 편지 형식으로 복음서의 첫머리를 써 내려갔다.

 

"존경하는 테오필로님, 우리들 사이에서 일어난 그 일들을 글로 엮는 데 손을 댄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들이 쓴 것은 처음부터 직접 눈으로 보고 말씀을 전파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사실 그대로입니다. 저 역시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자세히 조사해둔 바 있으므로 그것을 순서대로 써서 각하에게 써 보내드리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오니 이 글을 보시고 이미 듣고 배우신 바가 틀림없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루가 1,1~4)

 

루가 복음의 첫 대목만 보아도 저자가 얼마나 지혜롭고 명석한 지식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글의 재료와 편집의 방법과 목적을 분명히 밝히면서 논리 정연하지만 들뜨고 감격스런 마음으로 마치 신앙을 고백하듯이 복음서의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루가는 자신 안의 어떤 큰 힘에 이끌려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자주 체험하게 되었다. 루가는 자신 안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자신을 구원해주신 주님이란 사실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하느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영적 체험을 한껏 할 수가 있었다. 물론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사도 바오로와 동고동락하면서 그를 통해 알게 된 예수 그리스도를 마치 살아있는 분으로 느끼곤 했다.

 

그는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가 병든 몸과 영혼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루가는 육신의 질병을 고치는 의사이기도 했지만 한편 죄악으로 곤란함에 빠져있는 영혼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자 했다. 특히 이방인 지역에는 죄악에 빠져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루가는 이런 상황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수되는 것을 막고자 마음 먹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체계 있게 기록하여 구원의 기쁜 소식을 널리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루가는 지식의 사람이요, 활동가인 동시에 덕이 높은 신사로 존경받았고 사도 바오로가 "사랑을 받는 의원 루가"라고 칭송해 주었다. 그 모든 것이 루가는 자신 안에서 늘 활동하시고 이끌어주시는 주님의 은혜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루가는 자신의 지식을 가지고 교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으로 모든 이에게 겸손되이 봉사하였으니 사랑을 받아 마땅한 인격자였다. 루가는 오늘날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필체로 살아있는 주님을 전해주고 있다.

 

[평화신문, 2002년 3월 1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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