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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사도 바오로의 보호자 페베(포이베) (로마 16,1-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4,232 추천수0

[성서의 인물] 사도 바오로의 보호자 페베(로마 16,1-2)

 

 

"나 바오로는 켄크레아 교회의 봉사자로 있는 우리의 자매 페베를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여러분은 주님 안에서 그를 영접하고 또한 그에게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를 도와주시오. 그녀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초대 교회 당시 이방인들의 선교 활동의 주역이었던 사도 바오로는 제3차 전교 여행을 하던 중 고린토에서 약 3개월간을 머물렀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로마 교회 교인들을 향하여 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서 사도 바오로는 한 여성을 특별히 지적하며 그녀를 로마 교회에 천거하게 된다. 사도 바오로가 천거한 그녀가 바로 켄크레아 교회의 봉사자였던 페베였다.

 

켄크레아라는 도시는 고린토의 외항으로 고린토 동쪽 약 11km 지점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페베라는 여성 신자는 켄크레아 교회의 중요한 일꾼이었다. 사도 바오로가 그녀를 가리켜 '우리의 자매'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그녀의 위치를 짐작할 만하다. 개인적인 신심뿐 아니라 실천적인 활동가였을 것이다.

 

그녀는 전교 여행 중에 있던 사도 바오로에게 물질적인 후원뿐 아니라 로마 여행에 필요한 안내와 정신적 위안을 주었던 실천적인 신앙인이었다. 그야말로 사도 바오로의 물심양면의 조력자였던 것이다. 사실 물심양면 두 가지 면에서 모두 탁월한 능력을 드러내는 경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에 있는 신자들에게 페베를 천거하면서 그녀에게 대한 아낌없는 친절과 합당한 예절과 사랑을 베풀어 줄 것을 각별하게 당부했다.

 

이것을 보더라도 사도 바오로가 그녀에 대한 신앙과 헌신을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사실 그녀의 신앙과 희생적인 헌신은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 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페베라는 이름의 뜻(순결)이 의미하듯 그녀는 켄크레아 교회 안에서도 순결하고 경건한 신앙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그녀에게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교회에 큰 유익함을 주었던 신자였음을 알 수 있다. '보호자'란 상대방에게 자상한 배려와 보호와 후원을 제공하는 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다. 아마도 그녀는 여성의 따듯한 감성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많은 신자들을 뒤에서 적극 밀어 주고 아낌없이 후원해 주었을 것이다.

 

성공적인 사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바치는 희생과 헌신의 신자들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페베는 켄크레아 교회 안에서 기둥 같은 존재였다. 바로 페베 같은 숨은 봉사자들의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봉사가 있었기에 사도 바오로와 그의 동료들의 전교 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초대 교회의 역사를 보면 당시 사회의 여건상 남자 신자 위주의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역동적인 교회 선교의 활동의 밑바탕에는 여성 신자들의 헌신과 사랑의 수고와 땀 흘린 봉사가 끊임없이 계속되어 온 것을 간과할 수가 없다. 특히 사도 바오로가 참으로 자랑스럽게 로마 교회에 추천했던 페베 같은 여신자들의 희생적 헌신이야말로 교회 선교 활동이라는 거룩한 역사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페베가 활동하던 당시는 여성의 지위가 형편없는 시대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교회 안에 까지 그대로 나타나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크게 환영하지 않았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페베 같은 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님의 몸인 교회를 받들어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보면 페베는 당시에 남자도 꺼렸던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통해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바오로가 로마 교회 교인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받아 위험한 여행을 감행했던 참으로 용기 있고 활동적이고 신앙적인 인물이었다.

 

그녀의 이러한 희생적인 헌신을 통하여 주님의 복음은 더욱 넓게 확장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실로 초대 교회는 페베 같은 순결하고 헌신적인 여신자들의 신앙적 활동으로 효과적인 선교와 교회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 교회 안에서의 여신도들의 활동과 역할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도 여성 신자들의 활동과 역할은 남성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늘날과 같은 교회의 성장은 여성 신자들의 헌신적인 활동과 봉사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신자들의 위상과 활동이 충분하게 보상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사도 바오로가 자랑스럽게 추천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도 많은 페베 같은 이들을 세상과 교회에 자랑스럽게 천거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2년 3월 3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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